고양 리포트: 이승현·에코이언 3점슛, 오리온의 묵직한 최종전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총력전을 해서 이기겠다."

19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은 총력전을 준비했다. 16일 KGC전서 최진수가 장염을 털어내고 돌아왔다. 이날 KT와의 최종전서는 가드 한호빈도 오른손 중수골 골절을 딛고 복귀했다. 베스트라인업을 가동했다. 6강 플레이오프를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실전.

최종순위도 중요했다. 오리온은 이날 전까지 26승27패. 같은 시간 인천에서 KCC가 전자랜드에 패배할 경우 KT에 이기든 지든 무조건 6위 확정이다. 그러나 KCC가 전자랜드를 잡는다는 가정 하에 KT를 잡으면 5위 확정이다.

5위와 6위는 어차피 1~2차전과 5차전을 원정에서 치른다. 그러나 상대가 다르다. 6위를 하면 LG, 5위를 하면 KCC다. 1승5패의 LG, 2승4패의 KCC. 오리온으로선 둘 다 버겁다. 객관적 전력을 봐도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6팀 중 전력은 가장 처진다.

그런데 오리온으로선 확실한 5번이 없는 전력구성상 LG보다 KCC가 상대적으로 덜 버겁다. LG는 김종규, 제임스 메이스라는 강력한 트윈타워를 보유했다. 대릴 먼로와 이승현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입증된 상황.

반면 KCC는 하승진을 제외하면 그렇게 인사이드 높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KT 서동철 감독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오히려 하승진을 내면 이승현이 외곽으로 끌고 나와 스페이스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래저래 오리온으로선 KCC가 좀 더 해볼만한 상대.

그래서 반드시 5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전자랜드가 KCC를 잡아버리면 승패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오리온으로선 일단 KT전서 최선을 다했다. 5라운드 중반부터 6라운드 내내 경기력이 불안정했다. 조쉬 에코이언의 부진과 이승현 복귀 후 외곽슛 난조, 최진수의 3번 부적응까지.

그러나 이날 추 감독은 최진수의 기용시간을 줄였다. 스페이스 게임이 깔끔해졌다. 최진수가 4번으로 뛸 때와 달리 3번으로 뛰면 외곽 공격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다. 결국 최진수가 골밑을 파면서, 이승현과 대릴 먼로의 스페이스를 갉아먹는 약점이 생겼다는 게 추일승 감독 진단이다.

일단 최진수를 조커로 쓰면서, 스페이스 게임을 원활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리바운드와 수비 응집력을 높였다. 앞선의 강한 압박으로 수 차례 스틸을 해냈다. 여기서 파생된 찬스를 이승현이 3점포로 연결했다. 1쿼터 초반 강렬한 세 방. 이승현의 슛 감각이 완벽히 돌아왔다는 증거. 그러면서 먼로가 이끄는 날카로운 스페이스 게임이 구현됐다.

또 하나. 그동안 부진하던 에코이언이 3쿼터 초반에 3점슛 세 방을 터트렸다. 에코이언은 상대가 큰 선수를 수비수로 붙이거나, 스크린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더블팀이 들어오는 걸 극복하지 못했다. 본래 슛 외에 다른 강점은 별로 없는 타입. 그러나 이날 에코이언의 3점슛 세 방이 터진 과정에선 스크린 없이, 코트를 넓게 쓰면서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돋보였다.

에코이언의 외곽슛이 집중적으로 터지면서, 오리온은 10점차 내외로 달아났다. 속공, 얼리오펜스가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면서, KT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안겼다. 결국 오리온은 KT를 누르고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쳤다. 이승현이 3점슛 5개, 에코이언이 3점슛 3개, 최진수도 3점슛 4개를 터트렸다. 3점슛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같은 시각 인천에서 KCC가 전자랜드를 누르고 4위를 확정했다. 일찌감치 2위를 확정, 4강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전자랜드는 총력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오리온은 KT를 6위로 밀어내고 5위를 확정, 6강 플레이오프서 KCC를 만난다. 오리온으로선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은, 묵직한 최종전이다.

[이승현과 에코이언.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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