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희의 마지막 그날, 위성우도 박하나도 울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 오늘이 마지막 일수도 있구나."

우리은행은 경기를 치르는 날, 전술훈련과 별개로 항상 아침에 따로 슈팅훈련을 한다. 주전이든, 저연차든 예외 없다. (보통 일정이 빡빡하거나 체력이 떨어진 경우 건너 뛰는 팀이 많다) 우리은행 특유의 정교한 미드레인지 공격의 밑거름이다. 18일 플레이오프 3차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임영희의 슈팅을 보던 위성우 감독의 기분이 묘했나 보다. 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진출 실패가 확정된 뒤 "아, 오늘이 (임영희의 현역)마지막일 수도 있구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좀 울컥했다"라고 돌아봤다. (위 감독에 따르면, 자신의 그 말에 임영희가 먼저 눈물을 보였다. 위 감독은 슈팅훈련 후 남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때부터 위 감독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승부사가 펑펑 울었다. 그만큼 위 감독에게 임영희는 특별한 존재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임영희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만 39세의 베테랑. 위 감독은 40세의 임영희에게 마지막까지 호통치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까지 달려온 원동력이었다. 저연차든 베테랑이든, 조그마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결국 팀 전력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 디테일이 우리은행 왕조 탄생의 밑거름이었다. 임영희는 박혜진과 함께 핵심이었다. 어쩌면 위 감독에게 가장 많이 욕 먹은 선수가 임영희였다. 임영희의 시그니처 플레이와도 같은 원 드리블 점퍼. 본인의 피 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위 감독의 서포트도 한 몫 했다.

위 감독은 "그동안 영희가 힘든 걸 아는데도 많이 뭐라고 했다. 말을 하지 못했는데 영희에게 정말 미안했다. 나도 영희라는 선수를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웠다. 마지막 경기까지 부담을 줬다. 정말 진심으로 영희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임영희가 특별한 사람은 또 있다. 삼성생명 박하나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서 "영희 언니와 같이 죽겠다"라고 하자, "(임영희)하나야, 언니는 죽을 마음이 없어. 너 혼자 죽어"라는 재치 넘치는 답변을 주고 받은 사이.

박하나는 신세계 시절 임영희와 잠시 함께 했다. 임영희가 우리은행으로 떠나면서 인연이 끊겼다. 그러나 이후 박하나가 뒤늦게 태극마크를 단 뒤 다시 임영희와 함께 했다. 박하나 역시 임영희의 마지막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박하나는 "신세계 시절 영희 언니와 룸메이트였다. 청운동 숙소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해먹었다. 언니가 김치 수제비도 만들어줬다. 내가 입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은행에 가셨는데, 나중에 대표팀에 처음 갔을 때 정말 배운 게 많았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플레이오프 후 영희 언니가 우승하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승부사 위 감독과 플레이오프 내내 매치업 된 상대의 에이스가 눈물을 보였다. 올 시즌 분명 임영희는 노쇠했다. 플레이오프서도 후반만 되면 체력이 떨어지며 임팩트가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에, 그리고 WKBL 히스토리에 임영희가 주는 무게감, 영향력은 상당히 컸다.

그렇게 임영희는 현역생활을 마쳤다. 우리은행은 곧 임영희의 은퇴를 공식 발표한다. 임영희는 이변이 없는 한 다음시즌부터 코치로 위 감독을 보좌한다.

[임영희와 위성우 감독(위), 임영희와 박하나(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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