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길의 하지만] "간 떼조영!"…'하나뿐인 내편'이 드러낸 지상파의 한계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결국 '간 때문이야'", "간 떼조영", "최수종이 유준상에게 간 주면 되겠네"….

놀라운 시청률 속에 막을 내린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과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연기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를 향한 시청자의 평가는 높지 않다. 관련 기사의 댓글란과 커뮤니티에는 패러디성 댓글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가족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과 '왜그래 풍상씨'에서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이끈 결정적 소재는 간 이식이었다.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살아온 '하나뿐인 내편' 속 강수일(최수종)은 간 이식을 통해 자신과 딸 김도란(유이)의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동생들을 위해 바보처럼 우직하게 살아온 '왜그래 풍상씨' 속 이풍상(유준상)은 간암 진단을 받은 뒤 동생들의 이식 거부 선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끝내 이들 남매는 화해를 이뤄냈고, 이정상(전혜빈)과 이화상(이시영)의 간을 이식 받은 이풍상은 미소와 건강을 되찾았다. 작품이 방송되는 내내 시청자의 가슴까지 답답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간’ 하나로 해결되니 '결국은 간 때문이야'라는 패러디가 등장하는 것도 이상치 않다.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과 주말극의 화법을 평일 미니시리즈로 가져온 '왜그래 풍상씨'는 최근 KBS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성공을 거뒀다. 시청률 50%까지 치솟은 주말극과 20%대 성적을 기록한 미니시리즈는 KBS 뿐만 아니라 올해 지상파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은 축포를 터트릴 성적이지만, 곱씹어보면 이러한 결과는 지상파에 또 다른 고민으로 다가온다.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마저 희박해진 가운데, 지상파 3사는 최근 몇 년간 tvN, JTBC, 넷플릭스 등 신흥 강자에 맞서기 위해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로 무장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그러나 도전을 통해 나타난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하나뿐인 내편'과 '왜그래 풍상씨'의 대박은 오히려 기존의 성공 공식이던 중장년 취향 가족드라마와 막장드라마만이 지상파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점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냈다. '하나뿐인 내편'과 '왜그래 풍상씨', 마찬가지로 막장 주말극 스타일을 평일로 가져온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등의 성공 속에 자연스럽게 앞으로 지상파 드라마 편성도 이런 경향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나뿐인 내편'과 '왜그래 풍상씨'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최수종과 유준상은 올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송사도 당장의 성공에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하나뿐인 내편'과 '왜그래 풍상씨'의 성공은 역으로 지상파가 막장 전개 혹은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가치관을 내세우지 않으면 그나마 남은 시청층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진 = KBS 제공,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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