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팝, 좋아하세요?"…일본인 유키카, 한국서 걸그룹→솔로 데뷔하다 [MD인터뷰]

'한국에서, 시티팝을 부르는, 일본인 K팝 아이돌의 탄생'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닭발이랑 순댓국 먹는 거 좋아하고요. 김치찌개랑 된장찌개, 그리고 전도 만들 줄 알아요!"

순간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 식당, 닭발도 먹어봤어요?' 물었더니 "먹어봤죠! 매운 닭발이잖아요" 하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는 눈빛이 네온사인처럼 빛난다.

걸그룹 리얼걸프로젝트로 한국 연예계 발 디뎠던 유키카(YUKIKA)가 신곡 '네온(NEON)'을 내고 솔로 가수로 전격 데뷔했다. '네온'은 70, 80년대 일본 음악을 대표하는 '시티팝'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노래로, 일본인 여성 솔로 가수가 K팝 시장에 '시티팝'으로 데뷔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도전이다.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키카의 우려와 달리 도시의 밤거리가 연상되는 '네온'은 복고풍 감성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몽환적인 멜로디 그리고 과거와 현대가 혼재된 유키카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만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본명 테라모토 유키카. 1993년 2월 16일생. 일본 시즈오카 하마마쓰에서 태어나 도쿄 근교 사이타마에서 자랐다. 일본 10대 인기 잡지 니콜라 전속모델 선발대회 그랑프리 출신으로 유명 이온음료, 아이스크림 브랜드 CF 출연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성우로도 활동했다.

- 솔로 데뷔곡 '네온'은 어떤 노래입니까?

"뉴트로 시티팝 장르의 곡이에요. 저희 어머니 세대의 장르인데, 어릴 적부터 엄마가 들려주신 노래들을 많이 듣고 좋아했어요.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좋아했던 시티팝이 있습니까?

"타케우치 마리야 '플라스틱 러브(Plastic Love)', 마츠바라 미키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를 좋아해요."

- 처음 '네온'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3초 정도 듣고 바로 '좋다!' 했어요. 세련된 느낌이랄까. 제 취향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 원래 한국어를 잘했습니까?

"한글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한글 공부를 했지만, 제대로 말을 배운 건 한국에 오면서부터입니다. 2년 반 정도 됐어요. 오디션(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 보기 전에 초급 한국어 몇 백 개를 외우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 전에는 '안녕하세요', '지하철 역이 어디예요?' 정도만 할 줄 알았어요(웃음)."

- 솔로 데뷔가 유키카 양의 목표였습니까?

"솔로 데뷔는 생각도 못했어요. 회사에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불안감도 크지만 기대감이 더 커요.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솔로 준비 기간 동안 발음 하나하나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 언제부터 한국을 좋아했고, K팝에 관심이 생겼나요?

"어릴 때부터 한국인 친구도 있었고요. K팝은 보아 선배님을 너무 존경했어요. 소녀시대 선배님, 카라 선배님도 참 좋아했어요. 한국은 수학여행 때 와봤는데, 한국 여성 분들이 다들 너무 예쁘신 거예요. 피부랑 머릿결도 다 좋고요."

- 한국 대중이 유키카 양의 '네온'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길 기대합니까?

"솔직히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지만, 시티팝이 대중적이진 않아서 신기해하시지 않으실까요? 제가 외국인이라서 더 신기해하실 것만 같아요."

- '니콜라' 모델 대회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습니까?

"중2 때였는데, 잡지 모델인 언니들이 다 너무 예뻤어요. 어릴 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꼭 한번 나가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운 좋게 모델이 돼서 고등학교 1학년 3월까지 활동했습니다."

- 성우 활동은요?

"연기자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성우도 연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랑 게임을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것을 일로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 어떤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요?

"음…, 너무 많은데. '소녀혁명 우테나'를 제일 좋아해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2년에 한 번씩 봤는데, 몇 번을 봐도 재미있어요. 뭔가 그림체도 시티팝에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림 자체도 좋아해요."

- 취미는 어떤 게 있죠?

"'나무'란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강아지랑 1, 2시간 애견카페 가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플스랑 닌텐도도 하고요. 좋아하는 게임이요? 요즘에는 '킹덤하츠'를 하고 있어요!"

-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시끄러운 학생이었습니다, 하하. 선생님 말 잘 안 듣고, 수다를 많이 떨었어요."

- 남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아뇨. 남녀공학이었는데, 뭔가 남자 애들이 말을 걸기 어려운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해요(웃음)."

- 이상형은 어떻게 됩니까?

"현실적인 사람? 그리고 꿈이 있는 남자요(웃음)."

-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기대를 하지 말자."

- 기대를 하지 말자고요? 그럼 목표는요.

"기대를 크게 갖지 않으려고요. 대신 목표는 길거리에서 제 노래를 누군가 들으셔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어요. 비록 어려운 것이겠지만요."

- 오래 전 일본에서부터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지금까지, 데뷔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그동안 팬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많이들 기다리고 계셨던 것 알아요. 기다리다가 떠난 분도 계셨을 거예요. 사실 전 팬 분들 볼 때마다 매번 감동이었어요. 제 팬 분들이 얼마나 순수하신지도 알아요. 그래서 팬 분들한테 제가 받은 만큼 더 행복과 감동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동안 아쉽게도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정말 정말 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절 떠났던 팬 분들도 이번 활동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고 싶어요."

[사진 = 에스티메이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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