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결혼' 제작사, 최일화 통편집 못한 속사정…"미투 운동 지지해" [공식입장 전문]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어쩌다, 결혼' 제작사 측이 '미투 논란'으로 자숙 중인 배우 최일화의 출연분을 내보낼 수밖에 없던 속사정을 밝히며 예비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18일 오후 "'어쩌다, 결혼' 개봉에 대해 드리는 글"이라며 최일화 출연 분량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이날 '어쩌다, 결혼'이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최일화가 극 중 주인공 성석(김동욱)의 아버지로 등장해 논란을 샀다. 최일화는 지난해 연예계에 '미투' 운동이 일자, 성추행 사실을 자진 고백하고 모든 작품에서 하차, 활동을 중단한 바 있기 때문. 이후 성폭행 폭로가 나오는 등 배우 인생에 치명타를 입고 자숙기에 들어갔다.

물론 '어쩌다, 결혼'은 최일화의 미투 사태 이전에 크랭크업된 작품이지만, 기존 분량을 폐기하거나 대체 배우를 투입해 재촬영으로 대처한 여느 작품들과 다르게 그대로 등장시키며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제작사 측은 '어쩌다, 결혼'이 '저예산' 영화인 만큼 최일화의 등장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 개봉으로 인한 최일화 미투 피해자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 모색해 보았지만,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재촬영을 위해 스태프,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순제작비 4억 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여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다"라고 토로했다.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이라는 기획 취지에 공감해 재능기부 형태로 뜻을 모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위해 더는 개봉을 연기할 수 없었다는 것. BA엔터테인먼트는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최일화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라며 "그러나 최일화가 맡은 역할이 주인공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제작사 측은 "이는 최일화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어쩌다, 결혼' 측은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다 결혼'은 요즘 세대 결혼관을 발칙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항공사 오너 2세 성석(김동욱)과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전직 육상 요정 해주(고성희)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딱 3년만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하기로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

▼이하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입장 전문.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입니다. 당시에는 최일화 씨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초에 최일화 씨가 미투 당사자로 배우 활동을 중단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 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상업 영화 제작과 함께 영화 산업의 다양성 있는 발전을 위해 다양성 영화 또한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결혼' 역시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뜻을 모은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해주셨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결혼' 개봉으로 인한 최일화 씨 미투 피해자 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 모색해 보았지만,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촬영을 위해 스태프,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다같이 모여서 재촬영을 하기에는 스태프, 배우분들의 스케줄이 여의치 않았고, 순제작비 4억 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여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최일화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어쩌다, 결혼'을 개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거듭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합니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습니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마이데일리DB]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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