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살려야 하는 KCC, 진화하기 위한 노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난 삼아 연습했는데 도움이 된다."

KCC 하승진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나이를 적지 않게 먹었지만, 여전히 골밑 장악력은 KBL 최고수준. 221cm의 신장 자체가 경쟁력이다. 골밑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패스능력이 좋은 마퀴스 티그, 이정현, 유현준, 전태풍 등이 입맛에 맞는 패스를 올려준다. 특히 하승진을 잘 아는 전태풍의 복귀는 하승진에겐 고무적이다.

하승진이 공중에서 공을 잡고 그대로 림에 얹어 넣으면 된다. 물론 외국인 센터, 토종 4~5번 요원들이 육탄방어를 한다. 출전시간을 조절한다고 해도 경기 내내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는 건 하승진에게 버겁다.

하지만, 하승진은 그게 가장 중요한 걸 잘 안다. 그는 14일 오리온전을 마치고 "어쨌든 내가 밖에 나와서 슛을 던지면 리바운드를 할 사람이 없다. 최대한 골밑에서 플레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공격옵션에 제공권 강화. KCC는 이 부분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이정현과 브랜든 브라운의 2대2가 많이 읽혔다. 그 여파로 5연패에 빠졌다. 하승진도 "5연패 기간에 많이 막혔다"라고 말했다. 공격옵션의 다변화 측면에서 하승진의 골밑 옵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역시 "하승진의 장점을 살리겠다"라고 천명했다.

수비는 딜레마다. 트랜지션에 뚜렷한 약점을 드러낸다. 상대 속공에 아웃넘버를 제공한다. 이 부분은 하승진을 투입하면 감수해야 한다. 하승진의 발을 갑자기 빠르게 할 수는 없다. 상대 속공의 빌미를 내주지 않으려면 하승진을 활용한 세트오펜스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하승진과 매치업된 공격수는 외곽포로 하승진을 공략하거나, 다른 선수들의 골밑 돌파를 돕는다.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효과적인 스페이스 게임을 하는 것. 하승진은 자신의 공격수에게 슛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확률적으로 판단, 아예 외곽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오픈 외곽슛은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다.

전임 추승균 감독은 하승진을 골밑에 머물게 하기 위해 하승진을 투입하면서 지역방어를 자주 시도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떨어졌다. 오그먼 감독은 하승진이 나와도 맨투맨을 하되, 외곽 찬스를 그대로 내주거나 상황에 따라 스위치와 로테이션을 한다.

14일 오리온전의 경우 흥미로운 모습이 나왔다. 하승진이 대릴 먼로의 정확한 외곽슛을 의식, 제법 외곽으로 길게 나와 타이트하게 마크했다. 팔도 수직으로 뻗으며 최대한 괴롭혔다. 먼로도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출전시간을 철저히 조절 받으면서, 경기에 투입될 때 공격과 수비 모두 100%의 힘을 쏟아 붓는 느낌. 21분54초간 14점 9리바운드.

하승진은 "그동안 수비에서 구멍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가 잘 되니 공격도 잘 됐다. 농구는 흐름 싸움이다. 전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와의 미팅을 통해 문제점도 얘기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수비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하승진이 수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다. 결국 오그먼 감독의 하승진 출전시간 조절, 상대의 스페이스 게임에 대한 조직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이 부분은 KCC가 끌어올려야 할 수비응집력과 연관됐다.

또 하나. 하승진은 공격 옵션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리온전의 경우 미드레인지에 머물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든 뒤 티그의 패스를 받아 골밑슛을 넣기도 했고, 골밑에 있다 순간적으로 45도 지점으로 나와 훅슛을 뱅크슛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하승진의 슈팅 밸런스는 불안하다. 그러나 단순히 골밑슛만 시도하는 선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그는 "내가 무작정 골밑으로 들어가면 스페이싱이 되지 않는다. 티그가 골밑을 파는 타이밍에 밖으로 빠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백보드를 맞추는 슛은 장난 삼아 연습한 것이다.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실전서 조금씩 시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하승진은 "내가 너무 밖에서만 던지면 리바운드를 할 사람이 부족해진다. 어쨌든 내 역할은 골밑에서의 리바운드다. 골밑에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승진을 살리기 위한 KCC의 정비, 그리고 하승진 본인의 진화를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리온전은 긍정적이었다.

[하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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