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마당을 나온 ‘언더독’에게 박수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떠나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오성윤, 이춘백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문소리)과 초록(유승호), ‘언더독’의 뭉치(도경수)와 밤이(박소담)를 통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가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영화의 주인공은 닭, 청동오리, 유기견, 들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두 감독은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새 세상에 눈을 뜬 뒤에 앞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먼저, 두 영화는 ‘마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병이 든 잎싹은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운명을 알고 마당을 박차 나온다. 초록 역시 늪지대(마당)를 탈출해 파수꾼으로 자유로운 비행에 나선다. 뭉치는 짱아(박철민) 일행이 머무르던 철거촌을 뛰쳐 나오고, 밤이도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산을 떠난다. 마당은 ‘그렇게 살도록 길들여지고 관리되는 공간’이다. 혹시 우리도 익숙한 마당에서만 살고 있지 않은가.

‘언더독’의 짱아는 안락한 공간인 철거촌을 떠나려는 뭉치에게 “버려진대로 살아라”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의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명언에서 착안했다. 사는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라는 것. 뭉치가 주인이 던져준 테니스공을 입에 물고 다녔던 이유는 사는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강물에 테니스공을 버리며 생각하는대로 사는 인생을 선택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SKY캐슬’에서 대학교수(김병철)는 캐슬의 학생들에게 니체 철학을 가르쳤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정신의 세 단계 변화’로, 낙타-사자-어린아이로 변하는 삶이다. 시키는대로 순종하는 낙타, 언제나 으르렁거리는 사자의 단계를 거쳐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운동이자 성스러운 긍정”인 어린아이가 되라는 것. 뭉치와 밤이는 비무장지대에서 새출발을 시작한다.

뭉치와 밤이가 길을 떠나는 여정 그 자체가 성스러운 긍정이고, 생명존중이다. 그들은 개 사냥꾼의 폭력을 꾸짖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용기를 내고 화합을 실천한다. 뭉치 일행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다른 선택을 하는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양몰이견(뭉치), 들개(밤이), 시츄(짱아), 셰퍼드(개코), 불독(토리) 등을 등장시킨 이유도 다양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온갖 모험을 거친 뭉치 일행은 비무장지대의 평화로운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다.

[사진 제공 = 오돌또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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