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LG 박용택 "MVP 받아도 무조건 2년 뒤 은퇴"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윤욱재 기자] LG의 '영원한 레전드' 박용택(40)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캠프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용택은 20일 LG 트윈스와 2년 총액 2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KBO 리그 구단들의 전지훈련은 2월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박용택을 비롯한 19명의 LG 선수들은 조기 출국, 일찌감치 담금질에 들어가며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LG의 심장'으로 불리는 박용택은 생애 세 번째 FA 권리 행사 역시 LG와의 재계약을 택했다. 지난 해 LG와 계약 기간 2년을 합의한 뒤 가족여행 등으로 휴식을 취하고 지난 18일 구단과 다시 만나 계약 금액 역시 조율하는데 성공한 박용택은 구단이 제안한 프랜차이즈 스타 예우에 대해 가족과 상의하는 시간을 갖느라 20일 최종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박용택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계약 소감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걱정도 해주셨다. 사실 저는 어떤 트러블도 없이 (차명석) 단장님과 협상을 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 이제 스프링캠프도 두 번 밖에 남지 않았다.

"딸에게 '아빠 이제 두 번만 나가면 된다'고 했다.(웃음) 하루하루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야 할 것 같다"

- 계약 전에 태국을 잠시 다녀오기도 했는데.

"은퇴 생각이 나면서 머리도 복잡했는데 사람 없는 곳에서 머리도 맑아졌다.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좋은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 계약 협상을 하면서 프랜차이즈 스타 예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문서상으로 남기면 좋겠지만 2년 후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예를 들어 내가 2년 후에 방송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구단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서로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 작년에는 기복이 있었던 시즌이었다.

"내가 기복이 있었던 시즌을 돌아보면 장타 욕심과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해에는 기복이 심했더라. 작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강한 타구, 띄우는 타구를 날리는 것이 대세였다.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놓쳤다"

- 필요에 따라 외야 수비를 나갈 수도 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공격과 수비를 같이 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받는 자체 만으로 환영이다. 작년에는 수비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 이제 정말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2년 뒤에 은퇴한다는 이야기를 해도 주위에서는 '너무 잘 하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신다. 설령 MVP를 받아도 무조건 은퇴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요즘엔 오전과 오후에 생각이 바뀐다. 오전에는 '그동안 야구를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려고 했고 살아남으려 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야구 자체를 좀 더 즐기고 싶다. 그러다 자기 전에는 '즐기는 게 어딨어'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좀 더 여유를 갖고 해보고 싶다"

[박용택. 사진 = 인천공항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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