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 9]국내 최대 차(茶)문화 축제 ‘보성다향대축제’, 세계 차문화 축제로 성장 가능성 충분

전국 최대 차(茶) 생산지의 명성이 축제로 승화

전라남도 보성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고장이다. 겨울에도 보성 녹차 밭은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40%정도 되는 녹차가 보성의 녹차 밭에서 난 덕분에 보성은 ‘국내 최대 차 생산지’ ‘녹차의 수도’로 불리고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물결처럼 펼쳐진 녹차 밭은 드라마, 광고, 영화 할 것 없이 모든 영상 매체가 애용하고 있어 보성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녹차하면 보성 녹차밭의 초록물결을 떠올린다.

이영애,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선물’의 촬영 장소였던 울창한 삼나무숲 오솔길로 걸어 오르는 차밭은 30여만 평 규모의 대단위 차농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이 스크린에서 펼쳐졌다. 또 2003년에 송승헌, 손예진이 출연한 KBS드라마 ‘여름향기’도 보성 녹차밭이 주요한 배경. 보성의 이런 명성은 지역축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 지역축제 총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 맡아보고 싶은 탐내는 축제다.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 필자 역시 꾸준하게 보성 다향제에 큰 관심을 보였고 제41회 ‘보성 다향 대축제’ 총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기록에도 보성이 차(茶) 고장이라는 것이 자세히 나와 있다. 지금도 문덕면 대원사, 벌교 징광사지 주변 등 군 전역에 야생 차나무가 건재하고, 보성 득량면 송곡리는 지금도 다전(茶田)마을로 불린다. 이런 오랜 역사와 함께 최대의 차 생산지이며 차산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 속에서 지난 1985년 5월 12일 "다향제"라는 이름의 차문화 행사를 활성산 기슭의 다원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했다. 당시 차의 풍작을 기원하는 다신제와 찻잎따기, 차만들기, 차아가씨 선발등의 행사로 진행됐다. 그리고 1986년 제2회 다향제를 제12회 군민의날 행사와 병합, 다향제로 명명한 후2009년 축제명칭을 보성다향제에서 '보성다향대축제'로 명칭을 변경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8 제 44회 보성다향대축제

‘보성다향제’는 2014년까지 ‘보성다향제’와 ‘녹차대축제’ 이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리웠다. 그러다가 2015년 제41회 행사부터 ‘보성다향대축제’로 통합해 내실을 기했다. 지난 해 전남 보성다향대축제는 한국축제콘텐츠협회 주최 2018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시상식에서 '축제글로벌 명예의 전당'부문에 올랐다. 대한민국축제 콘텐츠대상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발전에 이바지했거나 추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국의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매년 평가하는데 보성다향제는 여러 차례 대한민국축제 콘텐츠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축제글로벌 명품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또 보성다향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에도 선정돼 보성군 축제관련 부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고 본다.

지난 해 ‘보성다향대축제’는 소풍을 콘셉트로 해서 펼쳐졌다. 보성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지난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차와 떠나는 소풍'을 주제로 열렸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지역경제 활성화와 ‘녹차의 수도’다운 위상을 잘 드러냈다. 특히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햇차만들기' 체험은 덖음솥을 30개 이상으로 대폭 늘려 운영, 인기를 끌었다. 올해 (2018)보성다향제에는 35만명이 다녀가 축제를 소풍처럼 즐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제를 '녹차소풍'처럼 즐길 수 있도록 축제장 공간구성,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바꿨고 특히 '야시장·술·불법주차'를 없애는 '3무 전략'을 과감하게 도입해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군민과 함께하는 개막 퍼레이드와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차향과 달빛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개막행사인 들차회를 선보였고, 다신제·다례시연, 이순신 호국 다례제, 한국명차선정대회 등 풍성한 차문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다만 보성의 아름다운 자연을 더 돋보이게 자연친화적 공간 구성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국내 최초로 편백나무 부스를 설치했던 경험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이 ‘보성다향대축제’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 2015년 제41회였다. 당시 위촉장을 받고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보성의 경관과 어우러지는 자연 친화적 공간 구성이었다. 관광객들이 녹차의 수도라고 불리는 보성을 찾는 목적은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관광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여러 자료를 통해 분석해 관광객들이 진정한 힐링을 원하는 결론을 도출했다. 차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다신제례는 전통문화 재현과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고, 축제장에는 편백나무 부스 120동을 설치해 다향대축제가 '힐링축제'임을 부각시켰다. 각종 시설물은 축제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제대로 갖춰져야 소프트웨어가 잘 구현되는 법. 국내 최초로 120동의 부스를 기존의 몽골텐트가 아닌 편백나무 부스로 제작해 축제장 경관 자체를 자연 풍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차밭과 차문화공원, 다향터널, 청소년 수련관, 주 행사장, 한국 차 박물관, 주차장 등 축제 공간을 테마별로 활용해 녹차와 관련된 각양각색의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보성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체험 프로그램과 접목했다. 보성지역만이 갖는 지역 특성을 접목시킨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부각시킴으로써 볼거리·즐길거리·체험거리를 모두 충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도전이긴 했지만 지역축제 총감독으로써의 자부심도 컸던 축제 중 하나가 ‘보성다향대 축제’다.

세계 차(茶) 대축제로 변신 가능성

지난 2012년 1월 미국 CNN 방송은 보성 녹차밭을 한국에서 꼭 가봐야할 명소로 꼽았다. 당시 CNN은 지역소개 사이트인 CNN Go를 통해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50 beautiful places to visit in Korea)'을 선정했는데 보성 녹차밭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CNN Go는 CNN이 '지역을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Local Insights, Global Experiences)'라는 주제로 2009년 출범시킨 지역 소개 사이트로 여행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소개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의 40%정도 되는 녹차가 보성의 녹차밭에서 자란다”며 “무성한 녹차밭은 드라마나 광고 또는 영화의 촬영지로 애용되어 왔으며 사진작가들의 명소로도 알려져 온 곳”이라고 밝혔다. 덧붙여서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녹차 삼겹살처럼 녹차와 관련된 음식과 물건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 때문이다”라면서 “매해 5월에는 녹차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해외 방송에서도 보성의 아름다운 녹차밭 경관을 극찬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제41회 ‘보성다향대축제’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외국인 참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역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과 다문화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고, 특히 보성군이 차 산업 진출을 위해 공을 들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시티 일리군 관계자와 알마티 방송국 관계자들도 대거 방문했다. 지역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과 다문화 가족들도 동참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해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보성의 문화 예술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토끼는 이미 잡았다고 보고 앞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견인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봄에도 ‘보성다향 대축제’열린다. 5월 2일부터 5월 6일까지 녹차와 문화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인데 세계 차문화 대축제의 발판을 제대로 마련할 지 벌써부터 그 결과가 궁금하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지역 축제 총감독 으로 이번에 수행한 ‘지리산 산청곶감 축제’를 비롯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등 10여개 지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수상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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