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문우람 폭행 알고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넥센 구단이 이택근의 폭행 사실을 알고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택근의 문우람 폭행 사건은 지난 10일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실격된 이태양과 문우람의 기자회견에서 밝혀졌다. 당시 문우람은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머리를 7차례나 맞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 뇌진탕 증세와 얼굴이 부어올라 경기를 할 수 없었고, 2군 훈련도 어려울 정도라서 집에서 쉬면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문우람이 밝힌 팀 선배는 이택근이었다. 이택근은 당시 사건이 일어난 뒤 문우람과 문우람의 부친을 찾아 사과했고, 넥센 구단은 이것으로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넥센은 지난 11일 KBO로부터 ‘승부조작(불법베팅) 및 문우람 선수 폭행 관련 사실 확인 요청’ 공문을 접수했고, 조사 내용을 18일까지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전, 현직 프런트를 비롯해 당시 1군 엔트리에 있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구단의 조사 대상에는 문우람도 포함돼 있었으나 구단의 계속된 연락에 응답이 없었다.

넥센은 "문우람에 대한 조사를 제외한 구단의 자체 조사는 이미 마쳤지만 조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18일까지는 문우람의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결국 18일 정오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같은날 오후 KBO에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넥센은 이택근과 문우람의 갈등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 6가지를 밝혔다.

먼저 이택근이 2012시즌부터 4년째 팀의 주장으로 팀의 기강 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위치에 있었고, 선수단 분위기 쇄신의 가장 바람직 한 방법은 외부 개입 보다는 선수단 자체의 자정 능력으로 갈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 판단했다.

셋째로 구단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징계 조치를 했을 경우 이택근-문우람의 갈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와 문우람의 갈등으로 확대될 것을 고려했으며, 이택근-문우람이 이 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더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어 당시 이택근이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벽을 넘기 위해 선수단에 단합과 긍정적 분위기를 강조하며 주장이자 최고 고참선수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구성된 프로야구 선수단 특성을 고려한다면 징계만으로 해결했을 경우 팀을 위해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란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넥센은 "당시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판단이 부적절했다고 판단돼 상벌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할 경우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넥센은 이어 "이번 자체 조사를 통해 2015년 5월 이후 선수단에서는 어떤 폭행건도 발생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고, 향후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 면담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택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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