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x도경수x아이유…화제성 책임 진 젊은 팔방미인 셋 [케이블결산②]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다채로운 콘텐츠를 약속한 케이블채널 tvN은 올 2018년에도 장르 및 배우를 불문한 과감한 시도로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했다. 상반기를 휩쓴 드라마 '마더',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브', '나의 아저씨' 등을 시작으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 '아는 와이프', '미스터 션샤인', '백일의 낭군님',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톱스타 유백이' 등까지 편성 등에도 변화를 꾀하며 드라마 명가 자존심을 지켰다.

베테랑 배우들부터 신예들이 연기한 무수한 캐릭터들이 사랑 받은 가운데, 흥행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고루 갖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젊은 세 배우가 있다.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 '백일의 낭군님' 도경수(엑소 디오), '나의 아저씨' 아이유(이지은)이 그 주인공.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우려를 모두 씻어내며 스타성, 흥행파워와 동시에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임을 입증했다.

◇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드라마 첫 데뷔작 맞아?

연극 등으로 연기 발판을 다진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화려하게 데뷔, 이른바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불렸다. 그러나 첫 상업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수준의 연기와 독보적인 아우라는 '신데렐라'라는 수동적인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후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로 스크린에서 활약한 김태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주인공에 낙점돼 큰 화제를 일으켰다.

함께 호흡을 맞춰야했던 상대는 이병헌. '미스터 션샤인'은 이병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김태리의 드라마 데뷔작었다. 로맨스 장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인 만큼, 방영 초반까지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한 우려가 짙었지만 로맨스보다 구한말 시대 배경이 더욱 부각되며 시선은 달라졌다. 웅장한 연출, 역사가 선사한 감동 등에 힘입어 '미스터 션샤인'은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써냈다.

'아가씨'를 모시던 김태리는 '애기씨' 고애신이 되어 당당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어색함 없이 소화했다. 동시에 의병이었던 그는 단단한 눈빛과 무게 있는 발성으로 굳은 기개를 표현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연기력으로는 누구도 이견을 내세울 수 없는 이병헌 앞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으며 '누군가의 여자'가 아닌, 주체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스스로 구축해냈다. 첫 드라마 데뷔작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김태리는 2018년 최고의 완성형 기대주로 거듭났다.

◇ '백일의 낭군님' 도경수, 성공적인 로코 남주 도약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등을 통해 일찍 연기에 발을 들였다. 특유의 목소리와 사연 있는 눈빛으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던 그는 이후 '형', '7호실', '신과함께-죄와벌'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조연으로 맹활약하며 차근차근 연기 성장을 일궈냈고 그 결과, 여러 시상식에서 남우신인상, 인기상을 휩쓸었다.

주로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도경수는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을 통해 남지현과 함께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원득 역과 세자 이율 역을 오간 그는 근엄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허당과 엉뚱한 면모를 가감 없이 뽐냈고 코믹 연기에도 능통했다. 남지현과 펼친 절절하고 애틋한 로맨스 호흡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는 '백일의 낭군님'의 반전 흥행으로 이어졌다. 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대형 기대작이 아니었던 '백일의 낭군님'의 마지막회는 평균 14.4%, 최고 16.7%를 기록하며 역대 tvN 월화극 1위, 전체 4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성공을 거둬들인 도경수는 이로써 '로코 남주'로서의 발판을 더욱 다졌고 개인이 지난 스타성 또한 재입증했다.

◇ '나의 아저씨' 아이유, 노래만큼 깊어진 연기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과거 여러 논란을 거친 아이유가 18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배우 이선균과 드라마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감이 거셌다. 언뜻 로맨스를 연상하게 하는 '나의 아저씨'라는 타이틀도 반감에 한 몫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자 시청자들은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가 지닌 가치를 탐구하며 환호했다. 극중 아이유가 맡은 이지안 역과 이선균이 분한 박동훈 간의 연대는 큰 위로와 공감을 선사했고 '사랑'이 아닌 '사람'이 주는 귀중한 감정을 전달했다.

특히 아이유의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가 된 아이유는 온몸으로 쓸쓸함을 안았다. 희망 따위는 읽히지 않는 초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가녀림, 건조한 말투 등을 통해 이지안 캐릭터의 불행과 상처를 표현했다.

드라마 종영까지도 논란은 지속됐지만 가수 아이유와 연기자 아이유가 확연히 달라진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연기하는 아이유에게서 '좋은 날'을 부르는 아이유의 얼굴이 겹쳐보였다면, '나의 아저씨'에서는 어디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오롯이 이지안 그 자체였다. 어쩌면 아이유 본인이 지닌 감수성과 이지안의 감수성이 맞닿아 시너지를 폭발시킨 것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은 분명했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통해 아릿한 처연함을 한 차례 소화했던 아이유다. 다만 소소하게 연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당시와 달리 아이유는 일말의 여지도 없는 호연을 선보였다.

◇ '김비서가 왜 그럴까'→'아는 와이프'→'남자친구'…수목극 날았다

수목극의 압승이다. '식샤를 합시다3', '크로스', '멈추고 싶은 순간-어바웃 타임',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계룡선녀전' 등 tvN의 월화극은 '백일의 낭군님'을 제외하고 수목극에 비해 줄곧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목 드라마가 명성을 유지했다.

'나의 아저씨'의 배턴을 이어받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연출 박준화)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능청맞으면서도 진했던 박서준, 박민영의 '로코'는 시청자들의 설렘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뒤이어 지성, 한지민의 '아는 와이프'(극본 양희승 연출 이상엽) 역시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화제성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아는 와이프' 후속으로 방영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 연출 유제원)은 주연 배우인 서인국, 정소민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호불호 강한 분위기 탓에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렀다.

한풀 꺾인 기세를 송혜교, 박보검의 정통 멜로 '남자친구'(극본 유영아 연출 박신우)가 이어갈 전망이다. 조합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예상대로 시청률 또한 순항 중이다. 다만 개연성 부족과 아쉬움을 안기는 서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유종의 미를 거둬들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외에도 토일드라마 '라이브', '나인룸' 등이 흥행에 성공했고 현빈, 박신혜 주연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신선한 AR(증강현실) 소재 및 판타지, 서스펜스, 로맨스 장르로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톱스타 유백이' 또한 금요드라마의 성공적인 순항을 알렸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tv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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