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X거짓' 김정난 "민낯 드러나는 연극 무대, 카타르시스 있다"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김정난은 엄살이 심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연기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배우이건만 정작 본인은 매번 긴장 속에 연기한다. 공연을 앞두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자신을 채찍질하고 수없이 고민하는 배우다. 긴장감이 곧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그래서 연극은 그에게 훌륭한 시험이다.

현재 김정난이 풀고 있는 시험은 연극 '진실X거짓'. '연극열전7' 세번째 작품으로 부부이자, 연인이며, 친구인 복잡한 관계의 네 인물이 각자의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하고,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그 진실로부터 배신당하는 거짓말의 향연을 그린다. 극중 김정난은 알리스 역을 연기한다.

김정난은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할 때마다 떨린다. 안 그래도 무대 공포증이 있는데 할 때마다 매번 첫 공연을 하는 것 같다. 계속 긴장 속에 살아야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여름 공연을 하나 짧게 했지만 정극 무대는 7년만"이라며 "공연은 실수를 해도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감이 두배"라고 밝혔다.

"특히나 이번 '진실X거짓'은 말이 주는 즐거움이 많은 연극이에요. 실수하면 실수한 티가 너무 나죠. 진짜 딱 한마디 잘못 하는 순간 완전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게 되는 거예요. 상대방 배우에게도 아주 민폐를 끼칠 수 있고요. 공연 전날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해서 혼자 중얼중얼 대사를 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해요. 자기 전에도 대본을 끌어 안고 있죠. 그래야 좀 마음이 놓여요.(웃음) 불안해서 안돼요. 사실 저는 엄살이 심해요. 온갖 티를 다 내면서 하는 스타일이죠.(웃음)"

이토록 김정난을 긴장감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 연극이지만 그는 연극 무대를 떠날 수 없다. "연극은 연기의 가장 기초가 되는 거니까 배우가 이걸 놓을 수는 없다"며 "매체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자꾸 의존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체와 무대는 장르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매체는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연출자나 편집자가 다른 효과와 음악 등의 요소로 도와줘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배우를 도와주는 게 워낙 많다 보니 내 단점을 잊고 지나갈 때도 있다. '이 정도까진 안 해도 되겠지' 게으름도 생길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무대에서는 그런 게 용납이 안 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우가 감당해야 한다"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이겨내야 한다. 배우 혼자 오롯이 다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되게 가슴 떨리고 힘들고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그게 참 동전의 단면처럼 이겨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해냈을 때 행복을 느끼고 그 때 나오는 호르몬들이 있죠. 그런 게 연기하는 즐거움이에요. 예술의 위대함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연극은 배우에게 있어 기본이 돼요. 그래서 항상 연극할 때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김정난은 '진실X거짓'의 친근함과 공감, 그 안에서 오는 웃음과 해학에 매력을 느낀다. "20년만에 연극을 본 사람이 '연극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 하면서 좋아하는 걸 보고 '연극이 실생활에 가깝게 다가왔구나' 싶어 정말 좋았다"며 뿌듯해 했다.

"책임감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연극은 그야말로 민낯이라서 사실 창피하거든요. 나의 감춰진 단점들도 보일 수 있고, '컷' 해서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이제 체력적으로도 힘든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힘든데 극복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봐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연극 '진실X거짓'. 공연시간 100분. 2019년 1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MD인터뷰②]에 계속

[배우 김정난.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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