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추일승 감독, 경기력보다 임기응변능력 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경기력은 이게 최상이다."

오리온은 메인 외국선수 대릴 먼로의 복귀 후 6승2패로 호조다. 여전히 9위. 그러나 물고 물리는 중위권 상황에 따라 언제든 6강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 시즌 초반 10연패를 당한 팀이 전력을 정비, 6강권에 진입한 사례는 없었다.

최진수는 "비 시즌부터 먼로와 함께 공격과 수비를 다듬었다. 복귀 후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타적인 먼로는 동료의 움직임을 재빨리 캐치, 예리한 어시스트를 건네는 능력이 탁월하다. 내, 외곽을 누비는 공격력도 만만치 않다.

한 마디로 팀 오펜스에 최적화된 외국선수. 추일승 감독은 최근 이런 스타일의 외국선수를 꾸준히 뽑았다. 오리온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국내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많이 떨어졌다. 추 감독은 국내선수들의 기량을 살리면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외국선수를 잘 선택했다.

올 시즌 먼로, 최진수, 허일영 위주의 팀 오펜스가 상당히 날카롭다. 상대 입장에선 어느 한 쪽에 수비 포커스를 맞추기 힘들다. 여기에 추 감독 특유의 변화가 심한 팀 디펜스까지. 오리온은 먼로가 뛸 때 경기력을 극대화한다.

수비는 준비를 많이 했다. 추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수비농구의 진수"를 강조했다. 실제 그렇게 보여준다. 최진수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팀 디펜스를 상당히 많이 연습했다. 디나이 디펜스와 스텝을 잡는 부분부터 연습했다. 죽는 줄 알았다"라고 돌아봤다. 지역방어와 스위치디펜스, 하프라인 존 프레스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 득실마진을 극대화한다.

때문에 오리온은 수비응집력이 무너진 3라운드 첫 경기 DB전을 제외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한 골이 필요한 승부처에서 상대에 치명타를 안길 절대 에이스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오리온의 아킬레스건.

이승현이 5라운드 초반 가세한다. 이승현은 못 하는 게 거의 없다. 타고난 파워와 영리함, 센스를 앞세워 리바운드, 내, 외곽 수비, 스크린, 볼을 치고 들어가는 부분 등 오리온 공수에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코어러는 아니다. 세밀하게 따지면 골밑에서의 공격기술이 탁월한 건 아니다.

추일승 감독은 LG전 승리 직후 "냉정하게 볼 때 지금보다 경기력이 더 좋아지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먼로 복귀 후, 시거스의 가세 후 국내선수와 외국선수의 믿음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추 감독은 "순간순간의 임기응변능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경기상황에 따른 냉정한 운영능력이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오리온은 다른 팀에 비해 1~2번이 약하다. 김강선, 한호빈, 최승욱 모두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돋보인다. 물론 추 감독이 전략적으로 단신 외국선수 수비를 맡기며 사명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1~2번이 좋은 다른 팀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1~2번이 좋은 팀들은 대체로 경기상황에 따른 대처능력도 좋은 편이다. 예전에 비해 역할구분이 무의미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가드는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즉, 앞으로 오리온은 코트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환경에 따른 대처능력을 좀 더 끌어올리는 게 숙제다. 베테랑들이 즐비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 이런 부분은 실전을 통해 좋은 경험과 부작용을 겪으며 발전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오리온은 LG를 상대로 경기종료 2~3분전 10점차로 앞서다 막판 3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런 상황서 공을 철저히 돌리고, 볼 핸들링이 좋은 선수에게 공을 소유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수비수 사이로 무리하게 치고 들어가다 턴오버를 하는 장면, 리바운드 포지션을 잡지 못해 공격리바운드와 실점이 이어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준비를 잘 하면, 약 5점 내외의 득실마진을 챙길 수 있다.

추 감독은 "임기응변능력이 좋아지면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그런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추일승 감독(위), 오리온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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