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집' SK에게 우승 안긴 김광현 [창간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하면 김광현이다"

이만수 전 감독이 2012년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이다. 가감 없는 말이다. 김광현은 SK 와이번스의 아이콘이다. 이제 30살이지만 그는 많은 것을 이뤘고 팀에게는 많은 것을 안겼다. 김광현 역시 인천SK행복드림구장과 SK에 대해 '집'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가 집을 잠시 비웠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로 인해 2017년에는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재활에만 매진했다.

그리고 2018년. 집으로 돌아온 김광현은 'SK하면 김광현, 김광현하면 SK'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예전에도 그랬듯 김광현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4번째 우승을 확정 지었다.

건강하고, 압도적인 모습으로 2018시즌을 마친 김광현을 마이데일리 창간 14주년을 맞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났다.

-정규시즌에는 한 번도 세이브가 없는데 한국시리즈에서만 2번째 세이브다.

(정규시즌 267경기 중 246경기 선발. 119승(2구원승) 71패 2홀드 0세이브)

"시즌 때 마무리로 한 번 나갔는데 블론 세이브를 했어요. (윤)희상이 형 10승 도전 경기였는데…(웃음). 13회에 나간 것은 아마추어 때를 통틀어도 처음인 것 같아요. 마무리로 나가는 것보다는 남은 투수가 저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올라갔어요. 포스트시즌 내내 선발과 불펜투수들 모두 잘 던져서 거기까지 갔고 저한테 그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도 떨릴 법한 상황인데 우승 이후 (그 상황에 대해) 자신있었다고 했다. 연달아 150km 이상 공을 던진 것도 화제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어요. 정말 중요한 5차전에서 이기고 6차전 전날부터 (등판) 준비를 했어요. '첫 타자만 잘 잡으면 안정적으로 막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공이 잘 간 것 같아요. 시범경기, 캠프 때 몸 상태처럼 공에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하고 슬라이더로 승부하려고 했어요. 사실 (양)의지 형에게는 0-2에서 볼을 던지려고 했고 파울이나 볼이 되면 (박)건우 때처럼 슬라이더로 승부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네요"

-항상 주인공의 삶이다. 물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상황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믿어주고 기용해주신 코칭스태프 분들께 항상 감사해요. 계속 성공만 한 것도 아니고 실패도 많았는데 계속 기용해주셨어요. 그리고 팬분들 응원도 있고 동료 덕분이기도 하고 전부 고마워요"

-우승 세레머니가 독특했다. 허도환이 뭐라고 하지 않았나

"조금 미안해요. (허)도환이 형이 본인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김광현이) 안 친해서 등 돌린거냐고(웃음). 연락 주셨는데 본인은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고 하셨어요.

사실 한국시리즈 시작 전에 선수들끼리 우승을 하게 되면 마지막 공을 잡는 사람한테 가기로 했어요. 삼진을 잡으면 포수한테 가는 것이었는데 막상 끝나니까 정신도 없고 그렇게 안되더라고요"

-삼진을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것은 모든 투수들의 로망일 것 같다. 이를 두 번이나 한 느낌은?

"그 때(2010년)는 어리둥절했어요. 나가서 실점도 했고 시리즈 전적도 3승 무패였어요. 무엇보다 그 때는 그런 느낌들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6차전에서 지면 7차전까지 가는 상황이었고 7차전 선발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고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던 것 같아요"

-업셋 우승은 처음이다. 예전 우승과는 또 다른 기분일 것 같다

"포스트시즌 전만 해도 우승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이러다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런 마음을 갖다가 한국시리즈에 가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올라가고 두산보다 편하게 경기한 것 같아요. 돌아보니 대단한 것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프로에 데뷔(2007년)하고 업셋 우승은 2015년 두산 밖에 없더라고요.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작년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야구선수가 된 이후 1년 내내 경기에서 공을 안 던직 적은 처음일 것 같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을텐데?

"한 시즌 내내 못 나가고 가을야구를 TV로 보니까 부럽더라고요. '빨리 몸조리를 잘해서 내년에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년 시즌(2018년)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최고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6차전도 그렇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많이 나선다

"그런 경기들에 많이 나갔고 내 앞에 처해있는 상황이니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부담으로 생각하면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고요. '나한테만 이런 경기를 내보낼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이것도 행운이고 기회다'라고 생각하니까 저한테 자부심도 느껴지더라고요"

-복귀 첫 해 점수는?

"25경기에 나갔는데 4번 정도 못 던진 것 같아요. 4번은 컨디션도 안 좋고 운도 따르지 않더라고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80점 정도? 코칭스태프께서 관리를 잘해주셨기 때문에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물론 100점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100점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요. 휴식기간에 몸 관리도 잘하고 등판 사이 사이에 준비도 잘할 계획이에요"

-결과도 좋았지만 특별한 부상 없이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올시즌 만족도 중에 그 부분이 제일 비율이 높아요. 올시즌 만족스러운 것이 100이라면 그 중 60~70%는 통증 없이 한 시즌을 마친 부분이에요. 그리고 원래는 5이닝에 100개를 던지는 투수였는데 마음가짐을 180도 바꾸다보니 5이닝 동안 58개(5월 13일 LG전)만 던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달라진 마음가짐이란?

"코치님들께서 '너가 유리할 때 강한 공, 자신있는 공을 던져라'라고 하세요. 빨리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기 위해 정면승부를 하다보니 1, 2구부터 승부구를 던지려고 했어요. 예전에는 '초구 스트라이크 뒤에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 등 기본적인 볼배합을 했다면 이제는 0-2에도 언제든 승부하려고 해요.

사실 이닝당 공 1개를 줄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언제든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마음가짐을 180도 바꿔야만 할 수 있고, 그래야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더라고요" (2007~2016년까지는 이닝당 16.4개, 2018년 이닝당 15.8개)

-타고투저 시대에 2점대 평균자책점에 대한 자부심은?

"규정이닝에 못 들어서…(웃음).(136이닝 투구, 규정이닝에 8이닝 부족) 평균자책점은 포수가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투수는 야수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야수들을 믿고 던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선발 등판 사이에 쉬는 기간에도 덕아웃에서 선수들 응원해주고 어린 선수들이 못 칠 때 있으면 기운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해요.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니까 마운드 아래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K하면 김광현, 김광현하면 SK'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감사하죠. 계속 응원해주시고 'SK하면 김광현'이라는 말도 해주시니까 감사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 때문에 SK를 응원하게 됐다는 말이 제일 기분 좋은 것 같아요"

-SK 유니폼을 입은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 한 팀 이상의 의미일텐데

"항상 편하고, 10년 동안 계속 출퇴근을 하다보니 이제는 집이죠. 저를 응원하는 팬이 SK를 응원하고 또 SK를 응원하는 분께서 저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후배도 많은 위치가 됐다.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선수도 많다

"(후배들에게) 이런 말도 하고 저런 말도 하는데 잘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하기를 잘했구나'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 뒤에 잘했을 때 정말 뿌듯해요. 다만 결국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인 것 같아요. 해준 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선수가 더 크게 되는 것 같아요"

-김태훈이 '김광현표 슬라이더'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생색도 안낸다고 하던데

"이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알려준다고 해서 모두 그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잘 터득한 것 같아요. 제가 생색낸다고 상황이 바뀌지도 않고요(웃음)"

-다승 19위, 이닝 29위, 탈삼진 14위. 이제 통산 순위에도 이름이 보인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2등은 아무도 안 봐준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프로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욕심은 많아요. 구위도 계속 유지하고 더 많은 승리를 쌓고 싶어요.

그런 부분들이 마운드에서 표출되는 것 같아요. 한 때는 숨기려고도 했는데 이게 그냥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다른 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제 욕심이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같아요"

-꾸준히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혜택을 받는 분께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근데 좋은 일도 누가 도와줘야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데 방법을 모르면 할 수 없잖아요. 프런트에서 '어떤 일을 할 건데 방법은 어떻다'고 설명해 준 덕분에 그런 일을 하게 돼요. SK 프런트분들께 고맙죠. 전 TV로만 그런(선행) 모습을 봤고 야구 밖에 안했는데 구단에서 다양한 방법을 알려줘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구단이 도와준다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에요"

-내년이면 13번째 시즌이다

"그동안은 뚜렷한 목표보다는 '안아프겠습니다', '200이닝을 던지겠습니다', '꾸준하게 던지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내년에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올해는 승이 부족(11승)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승왕을 해보고 싶어요. 많이 이기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박)종훈이와 (문)승원이도 더 많은 승수를 올리고 싶고 평균자책점도 내리고 싶을텐데 제가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들에게 한마디

"항상 고맙습니다. 사실 우승 세레머니 중에 그것도 생각했어요. 2010년에는 박경완 선배님께 가서 인사를 했으니 이번에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덕아웃 앞에 가서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어요. 팬은 부정할 수 없는 1번이에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것에 대해 아쉬워요. 또 우승을 하게 된다면 세레머니를 팬들에게 먼저 하는 것으로 하고 싶어요. 포스트시즌 때는 야구장에 오셔서 경기 끝날 때까지 한 분도 가시지 않더라고요. 항상 감사하고 포스트시즌 동안 날씨 추운데 응원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응원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김광현 프로필

1988년 7월 22일생

188cm 88kg 좌투좌타

덕성초-안산중앙중-안산공고-SK

2008년 정규시즌 MVP, 골든글러브

평균자책점 2009년 1위, 2008년-2010년-2014년 2위, 2015년 7위

다승 2008년-2010년 1위, 2014년 4위, 2015년 6위

탈삼진 2008년 1위, 2010년 2위, 2014년 5위, 2015년 7위

정규시즌 통산 267경기 119승 7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37

한국시리즈 통산 10경기 3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18

2006년 세계청소년대회 MVP,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대표

[SK 김광현. 사진=인천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부정할 수 없는 1번' SK 김광현이 팬들에게 전한 진심 [창간인터뷰②]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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