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의 MVP 수상, 가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가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김재환(두산)의 MVP 수상이다.

김재환이 지난 19일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총 487점을 얻어 팀 동료 조쉬 린드블럼(367점, 두산)과 박병호(262점, 넥센)를 제치고 MVP의 영예를 안았다.

김재환은 소위 ‘대기만성형’ 선수로 분류된다. 인천고 시절 장타력을 인정받아 2008년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초 포수로 입단해 1루수, 외야수 등으로 포지션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2011년에는 국가대표로 뽑혀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출전했지만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이행했다. 김재환에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런 김재환이 야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6시즌이다. 주전 외야수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기회를 얻으며 당시 134경기 타율 .325 37홈런 12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두산의 새로운 4번타자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시상식 후 김재환은 기자회견장에서 힘들었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김재환은 2014년 말 결혼해 슬하에 딸 셋을 두고 있는 가장이다. 초창기 잘 풀리지 않았던 각종 상황들로 인해 한 때 야구를 접으려고도 했지만 그 때마다 가족의 얼굴이 그를 붙잡았다. 김재환은 “2015시즌 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나 가족이 생겼으니 당장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재환의 월요일에 쉬지 않는 루틴으로 이어졌다. 김재환은 2016시즌부터 휴일을 반납하고 월요일에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1년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야구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나만의 루틴이 됐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 실력이 급증하면 그만큼 대중의 관심도 늘어나는 법. 김재환이 본격적으로 약물 전례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건 2016년부터다. 잠재력 폭발과 함께 인터넷 기사마다 ‘약물 복용’과 관련된 수많은 악성 댓글이 붙었다. 기록을 세울 때마다 이른바‘ 약쟁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김재환은 “개인적으로 최근 3년이 가장 힘들었다. 야구는 잘 됐지만 바깥 생활을 절제하고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라고 했다.

김재환이 MVP 수상 후 강조한 건 앞으로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역시 인터넷을 보며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야구장 안팎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사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김재환은 “지난 과거를 극복하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더욱 성실한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야구장 안팎에서의 생활을 잘 하는 게 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은 이날 부상으로 받은 K7 차량 역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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