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리포트: 우리은행 1R 전승, 광 2개+김소니아로 충분했다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광 2개만으로 충분했다. 2쿼터에 양념같은 김소니아의 활약만 있다면.

우리은행 임영희의 시즌 초반 컨디션은 좋지 않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을 연거푸 소화한 부작용이 있는 듯하다. 유독 지난 비 시즌 대표팀 스케줄이 길었다. 대표팀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속팀에서처럼 철저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대표팀은 장기레이스를 위한 체력, 컨디션 관리가 아닌 전술훈련 위주이기 때문이다. 임영희의 경우 우리은행 코칭스태프가 몸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안다. 컨디션 난조와 피로 등이 겹쳐 1라운드서 특유의 정밀한 점퍼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2개월이 흐르면 40대에 접어드는 나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1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마쳤다. 가장 큰 고비였던 KB를 2점차로 눌렀고, 19일 삼성생명 역시 가볍게 눌렀다. 삼성생명은 아이샤 서덜랜드의 기량이 떨어지고, 국내선수의 축이 없는 뼈 아픈 현실이 있다. 더구나 서덜랜드는 발목 통증으로 15일 KEB하나은행전 이후 전혀 운동을 하지 못했다. 임근배 감독은 "못 나올 것에 대비하다 본인이 뛰어보겠다 해서 내보낸다"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의 개막 미디어데이 히트발언, 3광은 역시 무서웠다. 임영희가 좋지 않다고 해도, 박혜진과 김정은이라는 강력한 2광이 버틴다. 김정은 역시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박혜진 역시 임영희와 함께 비 시즌 대표팀 일정을 풀로 소화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다.

우리은행도 크리스탈 토마스의 기량이 좋지 않은 약점을 안고 있다. 신장은 크지만, 기술이 빼어나지 않다. 국내선수들에게 부지런히 스크린을 걸어주지만, 이후 동작이 민첩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은행 전매특허 2대2에 의한 찬스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시즌 초반 우리은행 공격은 뻑뻑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2광이 빛났다. 박혜진과 김정은은 역시 영리했다. 짧은 스크린을 이용해 공간이 생기면 슛, 돌파, 패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최은실, 임영희, 토마스까지 적절히 활용하며 팀 오펜스를 이끌었다. 임영희는 슛 컨디션이 좋지 않자 최은실, 김정은의 찬스를 최대한 도왔다.

2쿼터 초반 박혜진이 좌중간에서 스크린을 받고 잇따라 3점포를 터트린 장면은 백미였다. 삼성생명은 전혀 대처가 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여자구단들의 뼈 아픈 현실이 숨어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김소니아가 2쿼터에 맹활약한다. 위성우 감독도 "나도 그 정도 해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외국선수가 없는 상황서 전투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큰 도움이 된다. 16일 KB전 2쿼터 지역방어에 고전할 때 김소니아의 8득점, 리바운드가 없었다면 1라운드 전승은 불가능했다. 당시 김소니아는 "지역방어를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김소니아는 이날 역시 2쿼터에만 7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수비에선 배혜윤과 김한별을 번갈아 막아냈다. 사실상 빅맨 노릇을 해내면서 박혜진, 김정은도 상대적으로 공격에 치중할 수 있었다. 2쿼터 막판 잠시 정체됐지만, 3쿼터 시작과 함께 김정은과 박혜진, 임영희의 연이은 패스게임에 의한 3점포로 쭉쭉 달아났다. 박혜진은 리바운드 이후 삼성생명이 수비 포지션을 잡지 못하는 걸 간파, 재빠른 속공 전개로 손쉬운 득점을 유도했다. 3쿼터까지 53-35. 승부가 갈렸다.

우리은행의 1라운드 전승은 광 두 개만으로 충분했다. 김소니아의 분전 및 역할 확대도 고무적이다. 최근 김소니아는 단순히 2쿼터에 임영희의 체력을 안배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3~4쿼터에도 임영희와 최은실의 체력안배를 유도하면서, 공격에서의 역할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즉, 든든한 광 2~3개를 앞세워 어떻게든 시즌을 풀어나간다. 임영희의 컨디션만 올라오면 전력은 더 좋아진다. 역시 우리은행은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박혜진(위), 김정은(아래). 사진 = 용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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