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타격기계’ LG 김현수 “‘타율 떨어뜨려야 하나’ 생각도…”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정정당당한 승부 속에 따낸 타이틀이었지만, LG 트윈스 김현수는 한때 달갑지 않은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김현수는 시상식을 통해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김현수는 19일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 다빈치볼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타율상을 수상했다.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후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던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2시즌을 치렀으나 인상적인 활약은 남기지 못했다. 결국 김현수는 2017시즌을 마친 후 국내무대 유턴을 택했고, LG과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65억원 연봉 총액 50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김현수는 LG의 기대에 부응했다. 변함없이 정교한 타격능력을 뽐냈고, 해결사 면모도 과시했다. 2018시즌 기록은 117경기 타율 .362(453타수 164안타) 20홈런 101타점. 특히 타율 부문에서는 양의지(두산·타율 .358), 이정후(넥센·타율 .355)를 제치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다만, 김현수와 LG에게 2018시즌 마무리는 유쾌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지난 9월 4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발목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고, 이 경기는 김현수의 2018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뚜렷한 하락세 속에 가을야구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던 LG도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내가 빠졌다고 팀이 추락했던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잘 나갈 때 (순위를)못 지킨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리를 지키는 것보단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야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 겪어봤으니 더 준비 잘하고 (다음)시즌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현수가 타율상을 수상한 것은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08시즌 이후 정확히 10년만이었다. “그땐 한국시리즈에서 최악의 선수가 된 후 시상식에 나왔다”라고 회상한 김현수는 “젊을 때 받아서 당시에는 야구가 쉽게 쉽게 풀린다는 생각도 했다. 계속 잘 나가기만 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연습생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땐 두산 시절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도 언급했다. “전화를 한 번 드렸는데 연결이 안 됐다. 내가 잘못된 전화번호를 갖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에겐 은인이시다. 욕을 많이 들으면서도 계속 투입해주셨다.” 김현수의 말이다.

김현수의 타율 1위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일부 시선도 있었다.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현수의 타율 1위 등극 과정을 두고 ‘어부지리’라고 보도한 매체도 있었던 것. 공식 수상 소감으로 “일부러 안 나가는 게 아닌데 ‘어부지리’라는 말을 들었을 땐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던 김현수는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이에 대해 첨언했다.

김현수는 “인대파열인데…. 안 뛰고 싶어서 안 뛴 게 아니다. 그런 기사에 대해선 마음이 아프다. 내가 상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경기에 나가 (타율을)떨어뜨려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더불어 몸 상태에 대해 “시즌이 끝난 후 2주를 쉬었고, 이후부터 재활에 임했다. 많이 괜찮아졌다”라고 전했다.

MVP로 선정된 전 동료 김재환에게 “원래 잘하던 선수다. 내가 미국에 간 이후 나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남겼다. 나도 기분이 좋다. 같이 밥도 자주 먹던 사이(웃음)”라며 축하 인사를 건넨 김현수는 이어 차기 시즌에 임하는 포부도 전했다.

“개인 타이틀 욕심은 진짜 없다.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운을 뗀 김현수는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기분을 아직도 못 잊는다. SK가 우승하는 걸 봤는데 부럽다는 기분만으로 남겨두기엔 아쉽다. 동료들과 큰 경기를 더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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