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리포트: 박지수 4파울 그 후, 우리은행 놀라운 저력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KB는 전력이 좋아졌죠."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16일 KB와의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KB의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외국선수가 1명으로 줄어들고, 2쿼터에 국내선수로 경기를 하면서 박지수를 보유했고, 백업이 풍부하고, 평균신장이 큰 KB의 전력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당장 KB를 상대하는 팀은 카일라 쏜튼을 막기 어렵다. 신장이 가장 크고,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박지수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쏜튼을 수비했다. 그러나 쏜튼의 내, 외곽 폭 넓은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쏜튼은 1쿼터에만 내, 외곽을 오가며 8점을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KB는 염윤아와 김수연이 눈에 띄었다. KB는 박지수가 WNBA, 대표팀 일정 소화 후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 강아정은 발목 수술 후 컨디션이 저점. 전력의 축이 돼야 할 두 사람의 저조한 컨디션은 우리은행전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KB는 염윤아가 있다. 2대2서 스크린을 받고 공간을 만드는 공격수를 제어하는 능력이 있고, 2대2를 할 줄 안다. 그 과정에서 패스센스를 갖췄다. 드라이브 인을 치다 올라가는 뱅크슛도 꽤 정확하다. 전력이 떨어지는 KEB하나은행보다, 멤버구성이 좋은 KB서 염윤아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실제 염윤아는 1쿼터 중반 박지수, 강아정으로 이어지는 3대3 플레이를 마무리했고, 2쿼터 중반 김민정의 골밑 득점도 기가 막히게 도왔다. 박지수에게 패스미스를 한 뒤 직접 박지수를 다독이며 팀 케미스트리까지 다듬었다. 이적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순간.

김수연은 2쿼터에 건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KB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를 넣어 2쿼터를 할 때 상대의 섀깅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풍부한 멤버구성에도 KB는 2쿼터에 고전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대표 4총사가 버틴 우리은행을 상대로 KB의 2쿼터는 부담스러웠다.

즉, 1쿼터를 2점 앞선 KB에 2쿼터는 1차 위기였다. 그러나 1차 위기를 염윤아와 김수연의 건실한 활약으로 극복했다. 안 감독은 2쿼터 막판까지 매치업을 섞은 지역방어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은 KB 지역방어에 상당히 고전했다. 이 과정에서 임영희의 저조한 컨디션, 전반적으로 야투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부분이 부각됐다.

그러나 KB에 2차 위기가 치명적이었다. 박지수의 파울관리가 좋지 않았다. 전반에 2개의 파울을범했고, 3쿼터 7분53초전 크리스탈 토마스를 수비하다 세 번째 파울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7분31초전 공격제한시간에 쫓기자 탑에서 무리하게 3점슛을 시도한 뒤,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골밑으로 뛰어드는 과정에서 몸을 내던지다 네 번째 파울을 범했다. 명백한 박지수의 과욕이었다.

KB는 김수연을 다시 투입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이 야금야금 추격했다. 일단 토마스가 서서히 골밑을 지배해나갔다. 토마스로선 상대적으로 박지수보다 김수연이 상대하기에 편했다. 동료의 슛이 들어가지 않자 몇 차례 공격리바운드를 잡고 점수를 만들었다.

KB 쏜튼이 몇 차례 공격에 실패하자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이 유기적인 패스게임으로 연속득점을 만들었다. 또한, KB가 실책을 범하자 임영희와 김소니아의 속공 마무리로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KB는 4쿼터 시작과 함께 박지수를 재투입했다.

혈투가 시작됐다. 박지수가 무서운 응집력을 발휘했다. 4파울에도 위축되지 않고 토마스를 상대로 연속 득점을 만들었다. 쏜튼과의 2대2, 쏜튼의 날카로운 돌파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은행 역시 김정은의 좌중간 뱅크슛, 임영희의 좌중간 3점포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KB는 두 차례 연속 턴오버가 나오면서 흔들렸다. 경기종료 5분 전후였다. 쏜튼이 공격자 3초 바이얼레이션에 이어 골밑슛도 한 차례 놓쳤다. 그리고 3분38초전. 우리은행은 코트를 넓게 쓰면서 박혜진이 우중간에서 김소니아의 패스를 받아 3점슛 동작서 파울을 얻었다. 자유투 3개를 모두 넣으면서 6점 리드.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이때 우리은행은 김소니아와 임영희가 결정적 공격리바운드를 걷어냈다. 결국 공격에 실패했으나 시간을 제법 소진했다. 사실 김소니아는 2쿼터에도 홀로 8점을 몰아쳤다. 그 득점이 없었다면 우리은행은 반격 발판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후 KB는 쏜튼의 득점으로 흐름을 끊었다. 8.7초전 박지수의 뱅크슛으로 2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결국 우리은행의 59-57 승리. 올 시즌부터 공 움직임과 상관 없는 파울이 U파울(자유투 2개와 상대 공격권)로 선언된다. 팀 파울 2개의 KB로선 불리한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KB가 경기를 주도했다. 더 이상 전력상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박지수의 3쿼터 4파울 후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우리은행은 노련했다. 이 역시 두 팀의 전력 일부분. 다만, 박지수가 4파울 후 4쿼터에 공수 응집력을 끌어올린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이제 1라운드 맞대결이 끝났다. 두 팀 모두 컨디션이 더 올라올 수 있는 선수들이 있고, 공수의 세부적인 부분을 끌어올릴 시간도 충분히 있다. WKBL 2강의 자존심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지수(위), 우리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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