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태원석 "'주먹 요정', 나만 쓰고 싶은 수식어"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여전히 '플레이어' 현장의 냄새, 질감 모든 것이 생생해요. 아름다워요."

지난 1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플레이어'(극본 신재형 연출 고재현)는 사기꾼, 드라이버, 해커, 파이터까지,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뭉쳐 '가진 자'들이 불법으로 모은 더러운 돈을 찾아 터는 드라마로, 주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던 짜릿한 쾌감을 브라운관에 생생히 전달했다.

4.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출발한 '플레이어'는 마지막회에 도달해 자체 최고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탄탄한 매니아층이 형성됐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흥행에는 스피디한 연출과 배우 송승헌, 이시언, 정수정(크리스탈), 태원석의 활력 넘치는 팀플레이가 한 몫 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도진웅 역의 태원석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촬영 현장의 냄새, 질감 아직까지 생생하다.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 사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지금이라도 촬영장에 가야할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최종회 시청률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런 큰 역할을 해본 건 처음이라 시청률에 대한 관심도나 이해도가 많이 떨어져있어요. 많은 사랑을 주신 것만 알지, 아직 디테일한 건 잘 몰라요.(웃음) 가끔 '플레이어'를 보신 분들은 저를 알아보시고 인사를 해주세요. 정말 너무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태원석은 극중 종합격투기 출신의 파이터이자 강하리(송승헌) 팀의 팀원으로 합류하며 이른바 '몸싸움'을 담당한 도진웅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도진웅은 어마어마한 덩치, 불꽃과 같은 주먹으로 팀원들을 수호하며 나름의 정의를 펼쳐간다.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아이러니함에서 흘러나오는 '러블리'였다. 태원석은 위압감을 주는 큰 덩치와 달리 어딘가 귀엽고 순수한 면모로 반전 매력을 선사했고 그렇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부터 캐릭터가 저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직업적인 면은 다를지 몰라도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남성적인 느낌, 자기 사람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느낌, 그러나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이제껏 했던 역할 중 가장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캐릭터에요. 제가 의외로 평소에 강아지도 많이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거든요. 술집을 가기보다는 SNS 유명 카페에 가서 인증샷 찍는 걸 또 즐겨요.(웃음)"

오디션을 통해 '플레이어'에 캐스팅된 태원석은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고. "5월 12일 헬스장 지하주차장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며 생생한 기억을 전하던 그는 "8년이라는 기간의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제가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때, 고재현 PD님이 '내가 널 선택했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해주셨어요. 그 한 마디에 용기를 다 얻었어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많이 성장했죠. 시청자 분들의 칭찬도 오래 기억에 남아요. 특히 '태원석이 도진웅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라는 댓글이요. 제 마음을 많이 울렸어요. 이제껏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이거든요. 믿기지 않아요. 신기해요."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자신을 선택한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태원석은 캐릭터에 맞게 몸을 변형시켜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무려 약 35kg라는 몸무게 증량이었다. 오디션 당시 기존 몸무게에서 4kg를 찌워 갔다는 태원석은 고재현PD가 몸무게 증량을 더 요구하자 덥석 '당연히 가능하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필사적으로 먹고, 운동했다. 한 달 뒤 122kg라는 몸무게를 완성한 태원석의 모습에 고재현 PD는 크게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몸무게 늘리는 것과 관련해서 일말의 고민도 없었어요. 오로지 저는 너무 행복했고 기뻤어요. 초반에는 식도염도 걸리고 발목,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그 과정마저 감격스러웠어요. 이제는 안 아파요.(웃음) 살을 찌우면서 부모님께나 주변 사람들에게 일부러 작품을 위해서 찌우는 거라고 말 안 했어요. 혹시자 캐스팅이 무산될까 봐요. 다들 '너 왜 그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복근을 유지하려고 닭가슴살만 먹고 살았던 사람이거든요."

그 덕에 태원석에게는 '주먹 요정'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살벌한 주먹을 날리는데, 귀여워 보인다는 반응에서 비롯됐다. 더불어 '제2의 마동석'이라는 극찬도 들었다. 태원석은 "마동석 선배님의 엄청난 팬인데, 무한한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즐겁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먹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누가 처음 붙여주신 지는 모르지만 감사해요. 일단 저라는 사람에게 별명을 지어준다는 생각에 한없이 감동받았어요. 또 그 말이 저와 정말 닮은 거 같거든요. 타이틀을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아요. 나만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해요.(웃음)"

지금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사랑해준다는 이유로 태원석은 작품을 들어가기 전까지 현재 몸매를 유지할 계획이다.

"'플레이어'는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저는 지금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거든요. 배우 태원석이라는 존재를 시청자 분들에게 각인시킬 만한 기회가 없었는데 많은 사랑을 주시니까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OCN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