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사견'이 일으킨 파장, 총재는 책임이 없을까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총재의 무책임한 사견(私見)이 일으킨 파장이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야구대표팀 최초의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선 감독은 이날 사퇴문과 함께 “감독직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선 감독은 지난해 7월 사상 첫 야구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시작으로 올해 8월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를 거쳐 2020년 올림픽까지 임기가 보장됐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오지환(LG), 박해민(삼성) 등 병역 미필 선수들에게 혜택을 줬다는 강한 비난 여론이 일었고, 급기야 국정감사에 출석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강한 추궁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 “연봉은 얼마나 받나” 등의 원색적인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정타는 정운찬 KBO 총재의 국정감사 발언이었다. 정 총재는 10월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전임 감독제를 찬성하진 않는다.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대표 감독의 방패막이 돼야 할 KBO 수장이 무책임한 사견으로 전임감독제를 혼란에 빠트렸다.

정 총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선 감독이 집에서 TV로 선수들을 본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감독의 불찰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야구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보는 것은 경제학자가 시장에 가지 않고 지표를 갖고 정책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라는 KBO의 수장답지 않은 사견을 또 들이밀었다.

결국 선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대표팀 전임감독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총재의 “전임감독제를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에 따라 오는 2019년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맡을 감독을 빠른 시일 내에 구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이날 선 감독의 긴급 기자회견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비춘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총재가 한 말이 사견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운찬 KBO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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