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SK 김태훈의 인상적인 정규시즌, 더 인상적인 PS

[마이데일리 = 잠실 고동현 기자] 고등학교 시절 '퍼펙트맨'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 2010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김태훈은 구리 인창고 시절인 2008년 전국 대회에서 퍼펙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상과 군 복무 등으로 2015년까지 그의 1군 등판수는 27경기가 전부였다.

지난해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데뷔 첫 승이자 선발승을 올리는 등 21경기에 나서 2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6.53을 기록했다. 비록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김태훈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인터뷰에서 "올시즌(2017년)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100점 중에 30점 정도 같다. 목표 이닝도 못 채우고, 1군에서 자리도 못 잡은 상태다. 기복이 심하다보니 2군에도 몇 번 내려갔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믿고 내보내 주셨는데 보답을 못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메릴 켈리와 김광현 공백을 메우며 선발투수로도 활약했다. 이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이후에는 주축 불펜투수 역할을 해냈다. 61경기에 나서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에 등판, 3⅓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다른 보직이나 타자들에 비해 주목 받기 쉽지 않은 불펜투수였지만 워낙 활약이 뛰어난 탓에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실에도 들어왔다. 5차전까지 3경기에 나서 1승 2홀드를 남겼다. 5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제로였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실점 했으며 3표 차이로 시리즈 MVP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의 활약은 가려지지 않았다.

2008년 '퍼펙트맨'으로 이름을 떨친 그는 10년 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미스터 제로'가 됐다. 여기에 선수단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보너스다. 인상적인 정규시즌을 뛰어 넘어 '강렬한' 포스트시즌을 만든 김태훈이다.

[SK 김태훈. 사진=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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