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장정석의 재발견, 성장 동력 얻은 넥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령탑 장정석의 재발견이다.

무려 10경기를 치른 넥센의 2018년 포스트시즌. 비록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올 가을 또 다른 주인공이다. 특히 사령탑 장정석 감독이 재평가 받은 무대다. 장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염경엽 SK 단장이 넥센 사령탑에서 물러난 2016년 가을, 넥센은 혼란에 시달렸다. 장정석 감독 선임은 파격이었다.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코치 경험도 전무했다. 은퇴 후 줄곧 프런트로 일했다. 주위로부터 의심의 시선도 받았다.

사령탑 첫 시즌이던 2017년. 장 감독은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염경엽 전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 단골팀이었다. 그러나 장 감독 첫 시즌에 하위 클래스로 내려앉았다. 물론 전력 자체가 리그 최고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장 감독의 시행착오로 놓친 경기들도 있었다.

장 감독은 올 시즌 도중 취재진에게 "작년 144경기를 모두 돌려봤다. 왜 이때 이렇게 했고, 저때 저렇게 했는지 다시 생각해봤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2017년의 리뷰는 장 감독에겐 쓰라린 반성의 시간이었다.

2018년. 장 감독은 확실히 첫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투수진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했다. 김상수, 이보근, 오주원 필승계투조를 나름의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시즌 중 장 감독의 말을 빌리면 전날 50구 이상 소화했다면 절대 연투를 시키지 않았다. 30구 이내로 소화했다면 1이닝 가량 연투도 시켰다.

무엇보다 숱한 악재에 대한 대처가 훌륭했다. 조상우, 박동원의 이탈, 주축 야수의 줄부상 이후 빠르게 정비했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야수 중에선 김규민, 김혜성, 송성문, 투수 중에선 이승호와 안우진이 조금씩 입지를 넓혔다.

반면 팀워크에 마이너스가 되는 선수를 과감히 배제하며 중심을 잡았다. 외국인타자 마이클 초이스가 주위의 어드바이스를 수용하지 못하고 나홀로 스윙을 하자 전반기 막판부터 사실상 배제,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도 남달랐다. 과감한 용병술이 돋보였다. 안우진이 투구 매커니즘을 수정,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자 과감하게 불펜 핵심요원으로 기용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필승계투조의 에너지 소모에 대한 부작용도 절묘하게 메웠다. 그 결과 안우진은 포스트시즌서 3승을 챙겼다. 최원태의 빈 자리를 내년 선발진 진입 후보 1순위 이승호에게 맡기면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내다봤다.

안우진을 집중 기용하면서 기존 필승계투조에 대한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 안우진을 좀 더 끌고 갈 수 있었던 순간 이보근과 김상수를 기용한 장면, 특히 이보근과 오주원에게 제이미 로맥과 대타 정의윤을 상대로 과감하게 정면승부 지시했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타선 운용도 현란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선발라인업을 크게 흔들었다. 감 좋은 타자, 상대 선발투수 데이터가 좋은 타자를 전진 배치했다. 이정후의 공백에 매 경기 다른 조합의 테이블세터가 나왔다. 김하성과 제리 샌즈는 중심타자와 하위타순을 오갔다. 그 와중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간판타자 박병호를 꾸준히 4번에 놓는 뚝심도 보여줬다.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던 건 아니다. 개별 순간을 돌아보면 장 감독의 선택이 실패로 돌아간 케이스도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만 해도 패배한 1~2차전, 5차전 마운드 운용에 고개를 갸웃거린 장면이 있었다. 5차전 연장 10회초 추가득점 찬스를 놓치는 등 SK를 넘을 수 있는 장면이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명장도 개별 상황서 매번 최고의 수만 보여줄수 없다. 야구는 여전히 3할의 매커니즘이 지배하는 스포츠다. 그런 점에서 장 감독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선수들만 포스트시즌 10경기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게 아니다.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를 치른 장정석 감독 역시 야구팬들,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령탑 장정석의 재발견. 올 가을 넥센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얻었다.

[장정석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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