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퍼스트맨’, 목표를 달성한 뒤에 찾아오는 것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원했던 목표를 달성한 뒤에 과연 무엇이 남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위플래쉬’의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광기의 스승 플레처(J.K. 시몬스)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최고가 되기 위한 그의 꿈은 미치광이 스승을 닮아가면서 이뤄진다. 애초에 그가 원했던 드러머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뒤 다시 돌아와 신들린 듯한 몸짓으로 드럼을 두드릴 때 스승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그의 꿈이 광기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앤드류는 스승에게 인정받기 위해 순수함을 대가로 내주고, 악마의 세계로 들어갔다.

‘라라랜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사랑에 빠진다. 멋진 재즈바를 열겠다는 남자의 꿈과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는 여자의 꿈은 이뤄졌다. 그러나 남자는 사랑을 잃었다. 세바스찬은 미아와 결혼해서 함께 재즈바를 운영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남자와 결혼해 관객으로 앉아 있는 미아를 위한 피아노 선율은 애달프게 관객의 마음에 와 닿는다. 실패한 사랑의 아련함이 함께 밀려온다.

‘퍼스트맨’의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은 척박한 우주로켓발사 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아폴로 11호에 몸을 실었다. 경이로운 우주탐험이 아니라 고통스러온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이 영화는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라는 거대한 국가적 이벤트를 위해 극한에 가까운 희생을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구로 귀환해 아내와 만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그 얼굴엔 어떠한 성취감도 없다. 오직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과연 무엇을 위해 달을 갔다왔는지 모르겠다는 허망함이 짙게 배어 있다.

셔젤 감독은 꿈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씁쓸함, 상실감, 죄책감 등을 골똘히 응시한다. 그러한 삶을 감내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목표를 위해 악마와 거래하고, 사랑을 떠나 보내고, 동료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길을 가려는 자의 안간힘이 셔젤 감독 영화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다.

[사진 = UPI, 판씨네마,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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