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넥센에 박병호 존재가치, 홈런이 전부가 아니다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박병호의 가치. 홈런이 전부가 아니다.

넥센 간판타자 박병호의 최대미덕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홈런이다. 스윙 한 번으로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심지어 단기전서는 스윙 한 번으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시대가 흐르고 야구 트렌드가 바뀌어도 홈런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박병호는 19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4회초에 데이비드 헤일의 투심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좌월 결승 투런포를 뽑아냈다. 이후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도 1차전 전체를 돌아볼 때 그 한 방의 임팩트가 가장 컸다.

그러나 넥센에서 박병호의 존재가치는 '언제든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 그 이상이다. 동료들이 그렇게 바라보는 듯하다. 타석뿐 아니라 그라운드, 덕아웃에서 박병호의 존재감은 상상이상이다.

일단 팀 내 무게감, 위치상 덕아웃 리더다. 이택근이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도 야수 최고참이다. 엔트리 절반이 포스트시즌 첫 경험자들.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박병호의 언행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수비력이 좋은 김혜성이 실책 2개를 범했다. 박병호는 "김혜성이 중요한 순간에 실책을 해서 의기소침했다. 대화를 하면서 풀어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인 김혜성에게 공수교대 때, 혹은 공격 시 덕아웃에 있을 때 틈틈이 격려, 심리적 안정을 유도했다. 보이지 않는 팀 케미스트리 상승요소.

동료들을 치켜세우고 도움을 주는 것도 적극적이다. 최근 제리 샌즈는 맹타의 비결 중 하나로 박병호와의 소통을 들었다. 박병호가 샌즈의 KBO 적응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는 뉘앙스였다. 또한, 샌즈는 박병호 앞 타석에서 정면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다.

박병호도 "내가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샌즈가 앞 타석에서 한 방을 쳐주면 나 역시 마음이 편안해진다"라고 말했다. 해결사 역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는 뜻. 샌즈의 사기를 북돋는 발언이기도 하다.

날카로운 견제로 유명한 에릭 해커의 장점도 충분히 살려준다. 해커는 "1루수 박병호가 집중하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던진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NC 시절부터 견제구를 잘 던지는 걸 알고 있었다. 해커의 눈에서 시선이 멀어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병호의 안정된 견제구 포구가 해커의 투구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7회말에는 빠른 판단으로 팀에 기여했다. 3-2로 앞선 2사 2루 위기. 하주석의 3루수 땅볼 때 3루수 김민성이 송구실책을 했다. 방향이 부정확해 1루수 박병호가 베이스를 지킬 수 없었다. 공을 잡고 다시 베이스를 찍기 전에 하주석이 먼저 베이스를 밟았다.

이때 2루 주자 양성우가 3루에서 오버런을 했다. 공을 갖고 있던 박병호는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홈으로 연결, 양성우를 3루와 홈 사이에 가둘 수 있게 했다. 당시 양성우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넥센은 꼼짝없이 동점을 내줬을 것이다.

박병호는 홈런을 치든 치지 못하든, 이미 그라운드 안팎에서 상당한 존재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기세싸움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서 박병호의 존재가치가 더욱 빛난다.

[박병호. 사진 = 대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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