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KIA마저 탈락, 올해 가을야구 '이동거리 핑계' 없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포스트시즌. 그나마 올해는 피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가을야구는 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포문을 열었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 5위 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넥센이 KIA를 10-6으로 꺾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 가을야구에 남은 팀은 넥센을 비롯해 3위 한화 이글스, 2위 SK 와이번스, 1위 두산 베어스 뿐이다. 이들 중 두산과 넥센은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으며 SK도 연고지가 인천으로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다. 한화의 연고지인 대전도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다. 광주 연고의 KIA마저 탈락하면서 올해 만큼은 가을야구에서 이동거리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광주에서 두 경기 정도 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영호남에 위치한 구단들의 잇따른 탈락이 지금과 같은 대진표를 형성하게 했다. 그나마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에 걸친 KIA는 한 경기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삼성은 6위, 롯데는 7위로 밀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무산됐다.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하던 NC는 올해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수도권 구단이 대다수인 이번 가을잔치에 끼지 못한 8위 LG와 9위 KT의 가슴은 더욱 시릴 것이다.

이동거리의 축소로 인해 더욱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 경기 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낸 넥센은 꿀맛 같은 이틀 간의 휴식을 취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까지는 대략 170km 정도의 거리로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2시간 10~20분 정도 소요된다. 이동 자체에 큰 부담이 없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SK나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 역시 누가 올라오더라도 이동거리에 따른 피로도는 적을 것이 분명하다.

넥센이 한 경기를 더 치른 것이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만큼 어쩌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화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지만 넥센에 겨우 2경기 밖에 앞서지 않았다. 시즌 최종전에서 3위를 확정할 만큼 막판까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한용덕 한화 감독과 장정석 넥센 감독 모두 가을야구는 올해가 처음이다. 누가 유리하다고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동거리에 따른 체력 소모보다는 그라운드 내에서의 혈투로 인한 체력 소모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가을야구의 재미는 더욱 배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거리로 인한 쓸데없는 체력 방전이 최소화된다는 점에서 '완전체'로 대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동거리 핑계가 없는 포스트시즌 무대가 팬들에게 얼마나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할지 지켜볼 만하다.

[넥센-한화 정규시즌 경기 장면.(첫 번째 사진) 두산-SK 정규시즌 경기 장면.(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