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겁 없는 PS 초보자들, 예측 불가능한 넥센의 질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미있을 것 같다."

넥센 김규민은 16일 KIA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우측 외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보며 "기분이 최고다. 작년 1군 첫 경기도 떨리지 않았다. 내가 좀 단순하다. 포스트시즌도 재미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규민을 비롯해 넥센 와일드카드결정전 엔트리 30인 중 무려 15명(투수 김성민, 이상민, 이승호, 조덕길, 윤영삼, 양현, 안우진, 제이크 브리검, 내야수 김혜성, 장영석, 송성문, 외야수 박정음 김규민, 이정후, 제리 샌즈)이 KBO 포스트시즌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김규민은 실제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출전했다면 제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넥센 덕아웃 분위기가 김규민의 말대로 큰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는 듯했다. 적어도 KIA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 특히 경기에 나선 이정후, 김혜성이 입증했다.

이정후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슈퍼플레이를 펼쳤다. 5-5 동점이던 7회초 무사 1루서 최형우의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기가 막힌 다이빙으로 걷어내며 더블아웃을 이끌어냈다. KIA로 넘어간 흐름이 다시 넥센으로 향하는 터닝포인트였다. 이후 7회말 결승득점까지 뽑아냈다.

주전 2루수로 나선 김혜성도 5회 포수 수비방해로 출루한 뒤 득점했다. 안타도 한 방 때렸다. 센터라인 일원으로 폭넓은 수비력을 과시하며 투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4개의 실책으로 무너진 KIA와 대조됐다.

2015년, 2016년 준플레이오프에 각각 1경기씩 출전, 사실상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포수 김재현도 큰 일을 해냈다. 5회 김혜성이 타격방해로 출루, 무사 1,2루서 페이크 번트&슬러시로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무사 만루가 되면서 KIA를 압박, 빅이닝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장정석 감독은 "김재현이 작전수행능력이 좋다"라고 말했다.

흔히 포스트시즌은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잘한다는 말이 있다. 정규시즌과는 달리 매 이닝 매 순간이 승부처다. 개별 플레이가 시리즈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과거 이 부분이 단기전 개별 시리즈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심리적 동요 없이, 겁 없이 들이대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 시리즈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걸 넥센이 단 1경기서 입증했다. 이미 시즌 내내 구단 안팎의 악재를 4위라는 성적으로 극복했다. 내성이 생겼다.

물론 넥센이 좀 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준플레이오프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와일드카드 엔트리 30인이 고스란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한화로선 넥센 젊은 피들의 계산되지 않는 플레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넥센은 타선에 비해 마운드에 명확한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겁 없는 초보들의 기운으로 약점을 메운다. 적어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까진 그랬다. 현 시점에선 넥센의 행보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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