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숙의 딥썰] 이연복, 대가의 무릎 꿇기 VS 외국인 셰프의 기권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진정한 대가는 위기의 순간 가릴 수 있었다. 자신의 커리어에 먹칠할 수도 있는 순간, 이연복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버렸다. 그리고 외국인 셰프 데일 맥케이는 기권을 선언했다.

이연복이 중화요리의 대가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있을까. 그가 운영하는 중식당은 못 해도 한 달전 부터 예약을 해야 겨우 먹을 수 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두고 젊은 셰프들과 겨루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그는 연일 승리했다.

하지만 대가 이연복도 중국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이연복은 새 메뉴로 멘보샤를 론칭했다. 한국식 짜장면, 탕수육 등으로 중국 현지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는 자신의 식당에서도 주력 음식 중 하나인 멘보샤를 자신만만하게 내놓았다.

하지만 웬걸 중국인들은 멘보샤를 먹을 수 없었다. 더운 날씨에 빵이 눅눅해졌고 판매하기 어려운 음식이 됐다. 그는 푸드트럭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기에 조금 더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 하다못해 잘나가는 음식인 짜장면에 끼워팔기를 해도 되는 상황. 이연복은 과감하게 멘보샤를 모두 버렸다.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

하지만 이연복의 선택이 우스워 보이거나 초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출보다 손님을 우선으로 하는 모습에서 대가의 결기가 느껴졌다. 모두가 수긍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반면 캐나다의 유명 셰프라고 제작진이 자신있게 모셔온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의 데일 맥케이의 선택은 대중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탈락 위기 앞에서 기권을 하며 대결 무대에서 내려왔다. 물론 함께하는 서울팀 셰프와는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처음해보는 셰프들간의 경쟁이 부담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일은 이미 캐나다의 유명 요리 대결프로그램 '탑 셰프 캐나다'의 우승자이기도 하다.

끝장전을 앞두고 탈락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밀려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더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셰프의 자존심을 걸고 하는 대결에서 탈락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지만 데일의 갑작스러운 퇴장 역시 시청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연복과 데일 모두 유명 식당을 운영하며 셰프로서 인정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두사람의 요리를 먹으려 식당을 찾고 있다. 하지만 실패 앞에서 자존심보다 손님을 생각하는 이연복과 겉으로 드러나는 커리어를 더 중시한 데일. 대가와 패배자가 갈리는 것 역시 한순간이다.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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