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아이콘 구준회, 팬 위에 스타 없습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팬 위에 있는 스타는 없다. 그룹 아이콘 멤버 구준회의 논란은 무엇보다 팬을 무시했다는 데 파장이 컸다.

구준회는 25일 한 팬이 일본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키타노 타케시의 혐한 논란을 알려주며 관련 게시물을 SNS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용 싫어용"이라고 조롱하는 말투로 요청을 거부해 논란 일으키고, 끝내 "죄송하다"고 대중에 사과했다.

하지만 자필 사과문까지 쓴, 두 차례에 걸친 구준회의 사과는 '반쪽 사과'에 그쳤다.

구준회는 사과문에서 '키타노 타케시'란 이름은 꺼내지도 못했다. 키타노 타케시 관련 언급은 첫 번째 사과에서 '좋아하는 배우여서 다른 정보를 몰랐다'고 한 게 전부였다. 두 번째 사과문은 더 길게 적었음에도 아예 키타노 타케시 관련 내용은 뺐다.

'다른 정보를 몰랐다'고 해명한 것도 공감 얻기 힘들다. '혐한 논란'을 에둘러 '다른 정보'라고 간접적으로 지칭한 데다가, 애당초 이번 논란이 구준회에게 키타노 타케시의 혐한 논란을 알려줬더니 그 팬을 구준회가 반박하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탓에 두 차례 사과문 모두 구준회가 논란에서 예민한 부분은 슬쩍 피해가려는 인상만 줬다. 구준회가 단도직입적으로 '키타노 타케시가 혐한 논란이 있는 줄 몰랐으며, 혐한 사상을 옹호할 생각은 결코 없다'고 말하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이번 논란에서 드러난 팬을 대하는 구준회의 태도다. '친한 친구와의 대화라고 착각했다' 했지만, 이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 있었는지 의문이다.

구준회 이전에도 이따금 팬을 무시하는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스타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치 팬을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처럼 여겼다는 것이다.

오만이다. 자신이 잘나서 팬들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이것이야말로 착각이다.

팬과 대중은 다르기 때문이다. 노래를 잘하거나 연기를 잘한다면 팬이나 대중이나 사랑해주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대중은 평가에 냉정하다. 노래나 연기를 못하고 매력을 잃는다면 순식간에 대중은 돌아선다.

소위 잘나가지 못해도 사랑해주는 건 오직 팬들뿐이다. 구준회는 지금의 논란으로 대중이 차갑게 비판하는 와중에도 자신을 감싸주는 건 오직 팬들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갚는 건 '무시'가 아닌 '사랑'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구준회 인스타그램]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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