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 타격왕 도전의 긍정요소와 변수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할 수 있을 것 같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2일까지 타율 0.357로 김현수(LG, 0.362)에게 5리 뒤진 2위. 어쩌면 올해 KBO 최초로 부자 타격왕(이종범-이정후)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몰아치기다. 김현수 역시 몰아치기의 달인이다. 그러나 이정후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실투를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장 감독은 "이정후가 어떤 구종이든 페어 지역으로 보내는 능력이 좋다"라고 평가한다.

실전공백도 문제 없이 극복해내는 스타일이다. 올 시즌 두 차례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다. 동요 없이 빼어난 애버리지 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최상의 감각을 가진 시기에 안타를 몰아친다.

올 시즌 연속경기 멀티히트를 세 경기 이상 기록한 게 무려 세 차례다. 그 중 8월 9일 한화전부터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9월 4일 SK전까지 무려 8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장 감독은 "몰아치는 능력이 좋고 슬럼프가 짧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정후도 사이클이 내려가는 시기가 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후 그랬다. 최근 타격감도 아주 좋았을 때와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스스로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슬럼프를 최소화하는 게 인상적이다.

이정후는 아시안게임 직후 페이스 저하에 대해 "힘이 좀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긴 시즌 일정, 아시안게임 출전에 의한 체력저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는 "힘이 떨어지면서 의식적으로 불필요한 곳에 힘을 줬다. 타격영상을 보니 (오른)어깨와 골반이 빨리 열리더라"고 말했다.

왼손타자가 오른 어깨와 골반이 미세하게라도 빨리 열리면 당연히 타격 타이밍이 흐트러진다. 이정후는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고, 수정해나가는 듯하다. 프로 2년차지만, 스스로 컨트롤 하면서 시즌을 치른다. 물론 타격코치의 도움도 받겠지만, 그것을 소화하는 것도 이정후의 능력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이정후의 타격왕 도전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아버지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데뷔 2년만에 해냈던 타격왕에 아들도 도전한다. 다만, 긍정요소 외에 몇 가지 변수도 있다.

우선 경기일정이다. 넥센은 잔여경기가 리그에서 가장 적다. 9월 30일 이후 스케줄이 단출하다. 10월 6일 창원 NC전, 12일 수원 KT전, 13일 대구 삼성전으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잔여일정 도중 휴식기간이 길다. 타자가 좋은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하나는 27~28일 고척에서 상대하는 롯데다. 장 감독은 "로테이션상 브룩스 레일리와 만난다"라고 말했다. 레일리는 22일 대구 삼성전에 나섰다. 28일 등판이 유력하다. 이정후는 유독 레일리를 어려워한다. 작년부터 그랬다. 16일 부산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 결과는 4타수 무안타.

좌완 레일리는 스리쿼터에 가까운 궤적으로 공을 던진다. 때문에 좌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 게 무척 힘들다. 장 감독도 "이정후뿐 아니라 대부분 좌타자가 어려워한다. 그날(16일)에는 평소보다 더 옆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 감독은 레일리가 28일에 등판할 경우 이정후를 선발라인업에서 뺄까. 그는 "라인업을 짤 때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개인을 생각하고 짜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출전한다면 고비를 넘겨야 한다.

마지막 변수는 경쟁자 김현수의 행보다. 아무리 이정후가 잘 쳐도 김현수 역시 잘 친다면 타격왕을 장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이정후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다.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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