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의 한 방, 확실한 옵션 하나를 얻은 넥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라인업을 짤 때 개인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감독이 선발라인업을 짤 때 팀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시즌 막판 순위가 확정되고 특정 선수의 중요한 기록이 걸려있지 않는 한 그렇다. 4위를 달리면서 3위 한화의 추격도 염두에 둔 넥센도 마찬가지다.

장정석 감독은 18~19일 고척 두산전, 20일 고척 삼성전서 외국인타자 제리 샌즈를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18일 경기서 한 차례 대타로 나섰다. 그러나 19~20일은 결장. 당시 장 감독은 "샌즈의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뺐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장 감독은 지난주 샌즈에게 꾸준히 선발출전기회를 줬다. 그러나 샌즈는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자 기회는 국내선수에게 넘어갔다. 고종욱과 김규민을 좌익수로 번갈아 기용했다.

외국인타자가 라인업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무게감이 차이가 없다면 국내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샌즈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21일 고척 삼성전, 22일 고척 SK전서는 다시 선발 출전기회를 줬다. 장 감독의 이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

샌즈로선 기회를 잡았을 때 임팩트를 확실하게 남겨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어느 리그, 어느 팀에서 뛰든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1일 1루 수비, 22일 스리런포 한 방은 의미 있었다.

샌즈의 주 포지션은 외야다. 그러나 1루도 소화할 수 있다. 장 감독은 지명타자 서건창에게 휴식을 주고, 박병호에게도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샌즈에게 1루 수비를 맡겼다. 그날 샌즈는 무난하게 1루 수비를 해냈다.

22일에는 1회 앙헬 산체스에게 데미지를 안기는 결정적 스리런포를 때렸다. 역시 외국인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장타력이다. 15경기 48타수 10안타 타율 0.208. 안타 10개 중 3개가 홈런이다. 한 방 능력이 있는 건 입증했다.

타격왕을 노리는 이정후, 수비력이 좋은 임병욱은 외야 붙박이다. 나머지 한 자리에 고종욱, 김규민, 샌즈가 돌아가며 기용된다. 최근 고종욱과 김규민이 좌익수 수비에서 다소 불안했다. 샌즈가 우익수로 들어가면 이정후가 좌익수로 옮긴다. 샌즈의 외야수비력은 보통 이상은 된다. 장 감독도 "발이 빠른 편은 아닌데 불안한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샌즈로선 들쭉날쭉한 선발출전이 KBO 적응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눈 앞의 1승이 중요한 넥센으로선 매 경기 상대성, 컨디션을 감안한 최적의 라인업 구축이 필요하다. 샌즈의 적응을 무작정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대신 장 감독이 샌즈를 확실한 주요 옵션으로 바라보는 건 분명하다. 잔여일정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샌즈를 팀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코칭스태프도 샌즈의 KBO 적응, 분전을 위해 최대한 도움을 주면 된다.

[샌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