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화수분 저력, 외인타자 없이도 리그 최강 입증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이 한 시즌 외국인타자를 두 차례나 교체하고도 정상에 올랐다.

두산 베어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15차전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다. 경기 전 1이었던 매직넘버가 소멸되며 2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탈환. 두산은 전신 OB시절을 포함 1995년, 2016년에 이어 정규시즌 3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두산은 지난 시즌 27홈런의 닉 에반스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총액 80만달러를 들여 새 외인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일본프로야구 경험, 부드러운 스윙 매커니즘 등 장점이 많은 선수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KBO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에 전혀 대응을 못했다. 결국 파레디스는 21경기 타율 .138 1홈런 4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6월 1일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났다.

파레디스가 빠졌지만 두산 타선은 오히려 더욱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조수행, 김인태, 정진호 등이 번갈아가며 우익수를 맡으며 외인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우익수 자리를 오디션장으로 활용하며 이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자연스레 우익수 포지션의 전력 공백은 최소화됐다. 두산 화수분의 진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외인타자 없이 시즌을 치를 순 없는 법. 두산은 통합우승 탈환이라는 과제를 위해 총액 32만달러에 스캇 반슬라이크를 영입했다. 반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 162경기, 마이너리그 355경기에 출전한 이른바 ‘A급’ 외인. 국내 팬들에게는 류현진(LA 다저스)의 동료로도 유명했다. 다저스 코치 시절 반슬라이크를 지도했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두산은 반슬라이크의 합류로 더욱 무시무시해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슬라이크에게도 KBO리그 적응은 험난했다. 7월 8일부터 1군에 합류한 그는 파레디스와 달리 아예 타석에서 제 스윙을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12경기 타율 .128 1홈런 4타점을 남긴 채 8월 9일 2군에 내려갔고,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허리까지 말썽을 부리며 8월 31일 재활군으로 향했다. ‘전력 외 선수’가 된 반슬라이크는 지난 20일 웨이버 공시됐다.

두산의 올 시즌 외인타자 농사는 완전한 실패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12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외인타자가 두 차례나 바뀌었지만 실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반슬라이크의 부진하자 경찰 야구단에서 제대한 정수빈이 팀에 합류했다. 정수빈은 지난 8일 SK전부터 출전해 13경기 타율 .347 2홈런 16타점으로 외인의 공백을 완전히 지웠다. ‘경찰청에서 온 외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터. 김 감독은 “정수빈이 오면서 반슬라이크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두산 야구는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나온다하여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대변된다. 올 시즌 외국인타자 농사가 완전히 실패했지만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정수빈 등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외인타자가 없지만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 역시 상당히 높아 보인다.

[정수빈(첫 번째), 지미 파레디스(좌)와 스캇 반슬라이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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