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암수살인' 사과에도 입장 변화無 "영화화, 인터넷 홍보 보고 알아"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암수살인' 개봉, 8월 말 인터넷 홍보 통해 알았다" (유족 측)

'암수살인'은 올 하반기 손꼽히는 기대작 중 하나다. 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의 첫 조합에 기존 범죄 드라마 장르의 문법을 비트는 전개로, 시사회 이후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나 영화는 지난 2012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69회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리스트의 진실은?' 편을 모티브로 한 범죄실화인 만큼 예비 관객들의 흥미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이 약 6년간 취재 끝에 완성했다고 알려지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치솟았다.

하지만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3일 개봉을 코앞에 두고 위기에 놓였다. 유가족들이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암수살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제작진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 '암수살인' 제작사 (주)필름295는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제작사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 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부족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 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족 측의 입장엔 변함이 없었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유앤아이파트너스의 정재기 변호사는 21일 오후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이 제작사의 입장을 확인했다"라며 "이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는 제출한 상태로 추후 '암수살인'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도 고려 중에 있다"라고 분명히 했다.

유족들은 '암수살인' 측의 뒤늦은 수습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정재기 변호사는 "유가족들은 8월 말, 인터넷에 공개된 '암수살인' 홍보 자료를 보고 개봉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나온다는 걸 말이다. 게다가 해당 사건을 상세하게 묘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족들은 이를 접한 즉시 배급사 쇼박스에 어떻게 된 것인지,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그러나 쇼박스의 답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영화에 명시했기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재기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결국 진정한 사과인데, '암수살인' 측은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다가 이제야 언론을 통해 사과했다. 보도가 나가고 오늘(21일)에서야 연락을 받았다"라고 얘기했다.

이처럼 개봉까지 단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위기에 봉착한 '암수살인'. 다만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분들에게 최선의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과연 어떤 판결을 받아들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쇼박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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