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협회는 남자농구대표팀을 어떻게 수습할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은 정해진 게 없다."

남자농구대표팀은 김상식 감독대행을 앞세워 한 숨 돌렸다. 요르단, 시리아와의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2라운드 E조 1~2차전을 잇따라 잡았다. 그러나 감독대행 체제는 불완전하다.

김상식 감독대행은 시리아전 직후 "(대한민국농구협회로부터) 향후 일정에 대해 따로 통보 받은 건 없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도 "지금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건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제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문 국장도 "허재 전 감독이 사퇴했지만, 전임감독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내부적으로 (전임감독제는) 계속 간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이 좋지 않은 모양새로 물러났다. 그러나 더 이상 이 틀 자체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프로구단 감독이 대표팀을 겸임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일단 김상식 감독대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김 감독대행은 단 2경기지만, 합격점을 받았다. 공격의 경우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의한 정적인 포스트업, 거기서 파생되는 단순한 외곽포로 일관했던 허 전 감독 시절과는 달랐다. 상대 수비에 따라 라틀리프의 위치를 양쪽 45도에서 계속 조금씩 변화시켰다. 박찬희와의 2대2 빈도가 높아졌고, 2대2를 시도하는 지점도 다양화됐다. 그런 다음 라틀리프가 포스트업을 해도 움직이면서 했다. 자연스럽게 수비에 혼란을 안겼다. 그러자 라틀리프 옵션에서 파생된 패스게임에 의한 외곽포도 정교해졌다. 빅맨부터 많이 움직이니 수비의 틀이 흔들린 상황서 제2, 제3 공격 옵션 정확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밖에 경기상황에 따라 다양한 멤버조합으로 경기력 기복을 최소화한 부분, 흐름이 넘어갈 때 작전시간을 적절히 요청한 부분 등도 호평 받았다. 단 2경기지만, 김 감독대행은 대행 꼬리표를 떼낼 능력을 입증했다.

물론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요르단과 시리아는 아시아 중위권 국가들이다. 특히 시리아는 귀화선수 저스틴 호킨스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했다. 변변한 외곽공격패턴도 없었고, 수비조직력은 엉망이었다. 김 감독대행의 스타일이 노출되지 않은 부분도 작용했다.

결국 농구협회의 행정력이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직후 경기력향상위원회 남자대표팀 위원들이 전원 사퇴했다. 당장 협회 수뇌부가 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논의를 할 기구가 없다.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부터 새롭게 위촉해야 한다.

문 국장은 "경기력향상위원회 구성은 방 회장이 하신다"라고 말했다. 신중해야 한다. 감투에 연연하거나 정치색을 띄는 인사가 아닌 전문성과 투명성, 한국농구에 대한 건전하고 헌신적인 마인드를 지닌 인사를 선택해야 한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재구성되면, 김 감독대행 체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새로운 전임감독을 언제 어떻게 선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김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방법 역시 논의 대상이다.

코치 보강도 필요하다. 전임감독을 새로 선임한다면 방식은 공개모집이 유력하다. 내년 중국월드컵 본선, 나아가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까지 감안해야 한다. 방 회장이 직접 남자대표팀 운영 관련 투명하고 효과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건 전임감독제 시스템의 보수 및 강화다. 지난 2년간의 허 전 감독 시절을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한 전직 지도자는 "허 전 감독의 아들 특혜선발논란 출발점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농구협회의 낡은 사고방식이다. 혁신적 모델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농구협회는 박찬희의 뼈 있는 발언을 잊어선 안 된다. 예산이 부족해 중국과 일본처럼 하지 못한다면 돈을 벌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산을 어떻게 융통하는지부터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결국 방 회장의 수습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대다수 농구관계자는 지난 6년간 방 회장의 행정력, 결단력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냉정하게 보자. 방 회장을 비롯한 농구협회 수뇌부가 이 비상시국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전례를 감안할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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