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추락 위기' 롯데에게 독이 된 AG 휴식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아시안게임 휴식기 롯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롯데는 지난 16일 사직 넥센전 패배로 8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즌 막바지에 연패는 눈에 보이는 숫자 그 이상의 타격이다. 이미 순위표에서도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롯데는 5강 진입은커녕 경남 라이벌 9위 NC에게 1.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10위 KT와의 격차도 불과 3경기라 지금 추세라면 최하위 추락도 막을 수 없다. 이미 5위 LG와의 격차는 7경기까지 벌어진 상황.

시간을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인 지난 8월 16일로 돌려보자. 롯데는 당시 KIA전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휴식기를 맞이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LG와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했고, 10위였던 NC는 7.5경기 차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휴식기 직전 10경기 기록은 8승 2패로 마치 지난해의 기적적인 반등이 재현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휴식기 이후 롯데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첫 2연전이었던 한화전 2연패를 시작으로 6일 SK전에서 10-0 완승을 거뒀지만 7일 경기부터 전날까지 8경기서 내리 패했다. 휴식기 이후 11경기 성적은 1승 10패 승률 0.091.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은 KT도 4승 8패를 기록했다. 휴식기 이후 이렇게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아시안게임에서 선수 차출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손아섭 단 1명이 다녀왔을 뿐인데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인다. 휴식기 이후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팀 타율 9위(.245), 득점권타율 10위(.190), 평균자책점 10위(7.48) 등 모두 하위권이다. 득점권타율 1할대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득점권 주자의 수가 압도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암흑기 때 나타났던 고질적인 투타 엇박자다. 타선이 제 역할을 하면 마운드가 말썽이고, 투수들이 호투하면 타선이 침묵한다. 전날 경기 같은 경우 선발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8이닝 11탈삼진 2실점 호투에도 패전투수가 됐다. 12일 두산전에선 9득점에도 마운드가 무너지며 9-13으로 패했고, 14일 KIA전에선 5-1로 앞서다 6회부터 대거 8실점하는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의 휴식기 이후 10패 중 7패가 역전패다.

롯데의 LG-KT-삼성을 연달아 만나는 이번 주 일정 역시 험난하다. LG는 5위 수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며, KT 역시 4년 연속 최하위는 안 된다는 각오다. 자칫 KT 2연전에서 삐끗한다면 최하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또한 삼성에게는 올 시즌 3승 11패 극심한 열세에 처해 있다. 휴식기 이후 5강 경쟁이 아닌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전락한 롯데다.

[롯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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