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는 펜싱 그 6일간의 열전 [이후광의 자카르타 챌린지]

[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후광 기자] '눈물-투혼-동료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이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을 끝으로 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의 최강팀은 역시 한국이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남녀 개인전-단체전에서 총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아시안게임 3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4년 전 인천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8개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의 목표도 같았다. 조종형 펜싱 총감독은 “다시 금메달 8개를 목표로 잡았다. 8개가 아니더라도 최소 5개는 목에 걸고 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2연속 금메달 8개에는 실패했지만 6개는 땄으니 최소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19일부터 엿새 동안 국민들을 울고 울렸던 2018 아시안게임 한국 펜싱을 3가지 키워드로 결산한다.

▲눈물

남자 에페의 맏형 정진선(34, 화성시청)의 눈에선 아쉬움의 눈물이 흘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그러나 19일 개인전 4강서 복병 드미트리(카자흐스탄)에게 발목이 잡혔고, 22일 단체전 4강에선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동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정진선은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나로 인해 팀에 큰 피해가 갔다. 마지막이란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자 플뢰레에서도 은퇴를 앞둔 맏언니가 끝내 금메달을 보지 못했다. 남현희(37, 성남시청)는 22일 후배들과 나선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20일 개인전 16강에서 후배 전희숙에게 패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남현희는 본인보다 더 아쉬워하는 후배들을 보자 눈물이 났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이번이 진짜 내 마지막이다”라고 말하며 아시안게임서 통산 금메달 6개를 남긴 채 칼을 내려놨다.

24일에는 여자 에페 대표팀이 비디오판독 끝에 눈물을 흘렸다. 최인정(28, 계룡시청)이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계속된 1점 차 열세에서 반격을 펼치며 경기는 1분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최인정이 상대를 먼저 찌르며 포효했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득점이 무산됐다. 무릎이 피스트에 닿았다는 판정이었다. 아쉬움을 삼킨 최인정은 결국 상대에게 29번째 점수를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투혼

남자 에페의 박상영(23, 울산시청)은 2년 전 리우올림픽 ‘할 수 있다’의 감동을 재현했다. 19일 개인전 결승에서 드미트리(카자흐스탄)를 만난 그는 1-4로 뒤진 가운데 우측 무릎에 부상을 당했다. 무릎이 너무 아팠지만 포기란 없었다. 박상영은 종료 14초 전 12-13까지 따라붙는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역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박상영은 국민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박상영은 “이번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라고 했다.

여자 플뢰레 개인전 정상에 오른 전희숙(34, 서울시청)은 물집에 고전했다. 중국의 푸이팅과 접전을 펼치다 3라운드 중반 검을 쥔 왼손에 물집이 찾아오며 잠시 시간을 가져야 했다. 경기력과 직결되는 치명적 부상이었지만 오히려 전희숙은 시간을 가진 뒤 공격을 몰아치며 금메달을 따냈다. 전희숙은 “물집이 너무 신경쓰였지만 쉬면서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애

남자 사브르에선 진한 ‘브로맨스’가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20일 열린 구본길(29,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22, 대전대)의 사브르 개인전 결승. 구본길은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 오상욱은 병역 혜택이라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검을 들었다. 결과는 형 구본길의 승리. 그러나 구본길은 웃을 수 없었다. 동생의 앞길을 막았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오상욱에게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구본길은 23일 동생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이란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45-32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2연패에 성공한 것. 구본길은 대회 2관왕에 올랐고, 오상욱은 병역 혜택을 받으며 서로가 함께 웃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종목이었던 남자 플뢰레 대표팀의 금메달도 아름다웠다. 손영기(33, 대전도시공사)-허준(30, 광주시청)-하태규(29, 대전도시공사)-이광현(25, 화성시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홍콩을 꺾고 24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맹활약을 펼친 허준은 “우리가 펜싱 전 종목 중에 가장 사이가 좋다. 친형, 친동생과 같은 가까움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펜싱 주요 장면. 사진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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