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판' 이란에 지면, 손흥민 군대가 현실이 된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그야말로 ‘벼랑 끝 한판’이다. 조별리그 졸전 끝에 이란과 16강에서 만나게 된 김학범호다. 떨어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지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손흥민(26,토트넘)의 병역이 현실이 된다.

한국은 23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치카랑 위바와 묵티 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1-2 충격패 망신을 당했다. 이어진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에서도 손흥민의 결승골 끝에 간신히 1골 차 승리를 따내며 16강에 올랐다.

이제부터 패배는 곧 탈락이다. 지는 쪽은 짐을 싸야 하는 벼랑 끝 승부다.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이어진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김학범 감독도 배수의 진을 쳤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했다. 날씨와 잔디는 핑계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란전 분석은 끝났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비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꽃길을 포기하고 가시밭길을 자처한 한국 축구다. 이제부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써야 한다.

이란전에서도 ‘캡틴’ 손흥민은 비롯해 조현우(대구), 황의조(성남) 등 와일드카드 3인방을 중심으로 최정예가 총출동할 전망이다. 여기에 황희찬(잘츠부르크)와 이승우(엘라스베로나)도 이를 악물었다.

손흥민에겐 이제부터 매 경기가 인생 경기다. 지면 군 문제로 복잡해진다. 사실상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영국 현지 언론은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등 전 세계가 손흥민이 금메달을 딸지 여부에 관심사다.

‘축구 선수’ 손흥민에게 군 문제는 치명타다. 토트넘 홋스퍼 생활은 물론이고 유럽에서의 커리어에도 변수가 발생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손흥민은 병역법상 4급 보충역으로 상주 상무와 아산 경찰청 등 국내 프로축구 군팀에서 뛸 수 없다. 현실적으로는 영주권을 획득하거나 귀화해 입대를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박주영이 그랬듯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외신들이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두고 축구 인생이 걸린 무대라고 주목한 이유다.

누구에게 기댈 상황이 아니다. 주장으로서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손흥민 본인이 후배들을 이끌며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상대 집중 견제가 심하지만, 결국 한 방을 가진 선수는 손흥민 자신이다.

변수가 많다. 일단 주전 수비수 김민재(전북)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면서 안 그래도 불안한 수비가 더 불안해졌다. 여기에 높아진 기온과 최악의 잔디도 김학범호를 긴장시킨다.

하지만 더 이상 뒤는 없다. 낭떠러지 앞에 선 한국에겐 승리 만이 살 길이다. 손흥민도 이란에 지면 모두가 우려하는 군대가 현실이 된다. 일단 이겨야 8강에 오르고, 그래야 금메달 희망을 이어간다.

[사진 = 반둥(인도네시아)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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