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개는 왜 똥을 먹을까?

- 똥을 먹는 행위는 본능

- 주인의 조급함이 원인일수도

반려인은 개가 똥을 먹으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전문용어로 ‘식분증’이라고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의 관점에서 봤을 때 똥을 먹는 행위는 정상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이러한 식분증을 행동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개는 질병이나 영양소 부족을 이유로 똥을 먹기도 한다. 개의 식분증은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원인이 다양하다. 개의 나이나 식단, 생활 환경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똥을 먹는 개는 신선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식분증이 있는 개를 키우는 3,000명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대변의 기호성 조사를 했다. 이중 80%의 개가 이틀 미만의 대변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들이 선호하는 ‘이틀 미만’이라는 수치는 공교롭게도 대변과 함께 빠져나온 기생충의 알이 유충으로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겹친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거주지인 굴 밖으로 나와서 용변을 본다. 대변과 함께 밖으로 나온 기생충이 굴 안에서 부화하면 감염 질환이 퍼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끼나 병에 걸린 늑대는 동굴에 대변을 볼 수밖에 없다. 이때 늑대들은 이 감염 물질을 신속하게 먹어 치워 청결을 유지하는데 이 본능을 개들이 물려받은 것이다.

대변은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소 역할을 한다.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는 집에서 한 마리가 아프면 건강한 개가 아픈 개의 대변을 모두 먹어 없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육식동물로부터 약한 개체를 숨기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이는 어미 개가 새끼의 대변을 깨끗하게 먹어 치워 냄새를 없애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냄새가 퍼지는 것을 싫어하는 개는 보호자가 대변을 장시간 치워주지 않으면 똥을 먹어 냄새를 없애기도 한다.

보호자의 행동이 식분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개는 엉뚱한 곳에 용변을 보면 혼나기 일쑤다. 보호자의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 개는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 개를 꾸짖는 행위가 언제나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되는 이유다. 혼을 내면 고쳐야 할 문제 행동이 되려 강화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개와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개가 주인을 보고 있을 때 대변을 치우면 의도를 잘못 이해해 자신이 직접 치우려고 똥을 먹을 수도 있다.

강아지가 똥을 먹는 것은 식분증과는 조금 다르다. 강아지는 모든 것을 입으로 경험한다. 똥 역시 경험의 일부분으로 입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강아지는 이 과정에서 불쾌감을 나타내며 똥을 멀리 할 것이다. 혹은 흥미를 잃고 다른 놀이에 집중할 수도 있다. 배설물은 가급적 보는 대로 바로 치워주되, 똥을 먹는 것을 보더라도 시간을 두고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 문제가 식분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어떤 개들은 영양소가 충분치 않거나 췌장에 문제가 있을 때 대변을 먹기 때문이다. 행동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동물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사진 = pixabay]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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