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가슴이 기억하는 추억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가슴으로 기억하는 추억을 상기시킨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와 가짜보다 더 진짜 같은 도우미 로봇 스톤의 서로 다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낸 온기를 선사한다.

시작은 차갑고 건조하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한 엠마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엠마의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고, 집 안은 어둡고 칙칙하기만 하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엠마에게 로봇 스톤이 찾아온다. 정부에서 보낸 이 로봇은 엠마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움직이지 않던 엠마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무표정이던 엠마 얼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든다.

엠마는 스톤을 거부하지만 스톤은 로봇인 탓에 정부의 의도대로 엠마 주변을 계속 맴돈다. 그 과정에서 엠마와 스톤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의 기억을 나누게 된다. 엠마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가슴이 기억하는 추억을 이야기 하고, 스톤은 정확시 데이터에 있는 이야기만을 말할지라도.

자신 안에 이야기를 전하는 엠마와 스톤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기억은 어느 지점에서는 맞닿아 있고, 이는 곧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극이 절정에 다르면서 엠마의 사연이 그려지고, 스톤의 존재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 엠마는 변화한다. 자신과 다르다 생각하며 그토록 거부하던 스톤을 통해, 혹은 자신의 기억 속 의지를 통해 엠마는 세상 밖으로 나온다.

엠마는 극적인 사연이 추가된 인물이지만 우리 모두를 대변하기도 한다. 심적으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들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추억을 통해 치유할 수 있게 만드는 셈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그 추억을 다시 꺼내 앞으로의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엠마가 변화하고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점부터 무대는 따뜻해진다. 차갑고 어둡던 무대는 이내 따뜻한 색으로 채워지고, 건조함이 아닌 온기로 가득찬다. 이는 조명의 힘이 크다. 무채색의 무대 배경에 조명으로 색을 덧입혀 인물의 감정과 작품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독특한 제목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엠마가 변화하는 과정을 대변해주는 대사. 극장을 나올 때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고 추억을 끄집어내 따뜻한 마음을 지닌 관객들 역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라고 외치게 된다.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공연시간 90분. 10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정영주, 유연, 이율, 고상호, 이휘종, 최석진, 이상운, 임예슬, 박지은 출연.

[사진 = (주)크레이티브와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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