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감독' 벤투, 그는 히딩크일까? 슈틸리케일까?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국 축구가 정점에 있는 감독을 데려오지 못하는 건 분명 슬픈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거스 히딩크부터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까지 실패자 낙인을 지우려는 도전자들이 한국 축구를 택했다. 세계축구 중심과는 먼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올려놓으면 다시금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한국이라서 그랬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외국인 감독은 대부분 물음표로 시작한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에 파울루 벤투(49) 전 포르투갈 감독이 선임됐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벤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해 박지성과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다. 당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0-1로 패해 탈락했다.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유스팀을 맡으며 지도자 길에 접어든 벤투 감독은 2005년 1군 감독으로 승격해 본격적인 프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컵 대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2010년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포르투갈 축구 팬들은 주제 무리뉴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원했지만 벤투가 선임돼 큰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벤투는 유로 2012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 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내리막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 미국, 가나와 죽음의 조에 편성돼 1승 1무 1패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 유로 2016 예선 첫 경기에서 약체 알바니아에 0-1 충격패를 당한 뒤 경질됐다.

포르투갈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받았다.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밸런스를 강조하지만, 측면이 막히면 해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로 2012 4강에도 전술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이유다.

한 동안 야인으로 지내던 벤투 감독은 2016년 5월 브라질 1부리그 크루제이루에 부임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2달 만에 쫓겨났다. 그리고 그해 8월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를 맡아 1위를 달렸지만 구단주와의 마찰 끝에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2017년 3월 팀을 떠났다. 또 중국 무대에서도 장외룡 감독의 후임으로 충칭 리판을 맡았지만 2018년 7월 22일 그만뒀다.

이처럼 벤투 감독은 유로 2012 4강을 끝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다. 이후 6년 만 보면 초라한 커리어다.

물론 이를 두고 벤투 감독의 평가를 섣불리 재단할 순 없다. 히딩크 전 감독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에서 경질되며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한국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뒤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다만,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는 슈틸리케 전 감독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반복된 실패와 경질 그리고 짧은 재임 기간은 외부적인 환경에 크게 흔들릴 요소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판곤 위원장이 말한 세계적인 대회에서의 성공 경험도 무려 6년 전이다. 당시에는 홍명보 전 감독이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3위에 올랐던 시기다. 과거와 달리 축구 트렌드는 무섭도록 빠르게 변한다. 벤투 감독이 세계 축구에서 멀어져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판곤 위원장은 장고 끝에 벤투 감독을 선택했다. 지금으로선 그가 히딩크가 될지, 아니면 슈틸리케가 될지 알 수 없다. 히딩크는 준비 과정에서 팬들의 비난을 이겨내고 월드컵 4강이란 결과물을 내놓았다. 반면 슈틸리케는 아시안컵 준우승이란 결과물에 가려 ‘갓틸리케’란 찬사를 받다가 한 순간 추락했다. 과연, 벤투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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