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장정석 감독은 '막 써달라는' 요청이 고마웠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막 써달라고 하더라."

후반기가 시작된 뒤 넥센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전반기 막판부터 불펜이 균열됐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잇따라 경기후반 역전패했다. 급기야 삼성에 5위를 내주고 6위로 내려갔다. 자칫 하위권으로 추락, 5위권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8월 첫째 주 4승1패로 반전, 5위를 되찾았다. 4위 LG에도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불펜이 극적으로 정비됐다. 마무리 김상수에 좌우 셋업맨 이보근과 오주원. 세 사람이 지난주 4승 중 3승에 기여했다.

반등의 계기가 있었다. 7월 말이었다. 투수조장 오주원이 수석코치를 통해 장정석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 전에 불펜투수들의 결의가 있었다. 고참 오주원이 장 감독에게 그 의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오주원은 장 감독에게 "저희 막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열흘 전이었다. 오주원에게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고마웠다. 고맙다고 말해줬다"라고 털어놨다. 오주원을 비롯한 필승계투조들이 어떤 상황이든 좀 더 자주 등판하겠다는, 위기의식을 표출한 순간이었다.

5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서 무작정 관리를 받으면서 등판할 수 없다는 팀 퍼스트 마인드. 실제 마무리 김상수는 2일 인천 SK전 세이브 직후 "그동안 팀에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뭉친 뒤 놀랍게도 반전이 찾아왔다.

장 감독은 "보통 세이브, 홀드 경쟁을 할 정도의 불펜 투수들이 점수 차가 벌어질 때 등판하면 긴장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벤치에서 그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필승계투조 당사자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이보근은 18홀드로 이 부문 1위다. 오주원은 13홀드로 6위. 홀드 상황에 철저히 내보낸 장 감독 관리의 산물이다. 두 사람이 잘 던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보근과 오주원도 사람인 이상, 홀드 타이틀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팀을 위해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마음을 모은 것 자체가 사령탑에겐 인간적인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장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막 써달라고 해서 진짜 막 쓸 수 있겠나. 필승조는 관리를 해야 한다. 되도록 연투를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 안정감을 찾았지만,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 관리할 투수들은 관리하면서 다른 투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장정석 감독(위), 오주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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