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이정후, 타고난 재능과 멘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고난 것 같다."

넥센 이정후의 올 시즌 타격 페이스를 물결로 따지면 잔잔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물결의 높이가 서서히 올라간다.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붙박이 주전타자라면 장기레이스에서 흔히 겪는 슬럼프가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3월을 타율 0.407로 마쳤다. 4월에는 0.286. 1개월 단위로 보면 그나마 가장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그러나 5월 0.347로 회복했다. 6월 0.357, 7월 0.419를 때렸다. 8월도 4경기서 0.316으로 준수하다. 4월을 0.312로 마쳤으나 8월 6일 수원 kt전이 끝나자 0.343. 타격 5위다.

신인이던 작년에도 6월(0.298)을 제외하면 9월까지 월간 타율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고졸 2년차 풀타임 외야수가 이 정도 페이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엄청난 타격 재능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더 놀라운 건 5월 13일 잠실 두산전과 6월 19일 잠실 두산전 이후 각각 종아리, 어깨 부상으로 각각 보름, 한 달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복귀 후 페이스가 전혀 처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종아리 부상을 털고 돌아온 5월 30일 KIA전서 바로 3안타를 터트렸다. 이후 2경기 연속 침묵한 뒤 다음 6경기 중 4경기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어깨 부상을 털고 돌아온 7월 19일 LG전서 침묵했다. 그러나 다음날 4안타를 뽑아냈다. 그날 포함 7경기 연속안타에 멀티히트만 다섯 차례.

장정석 감독은 "타고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잘 치는 이유보다 어째서 급격한 페이스 저하가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정후는 나머지 9개 구단에 해부된 상태다. 그걸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장 감독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 투수를 거의 못 봤다. 브룩스 레일리(롯데) 정도가 예외"라고 말했다. 레일리 정도를 제외하면 유형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KBO 투수를 상대로 자신만의 매커니즘을 통해 정상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장 감독은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보면, 실투를 안타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투가 나온다고 해도 항상 안타가 나오는 건 아니다. (실투를 알면서도)빗맞아서 파울이 나올 때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파울은 타자의 의도적인 커트도 있지만, 타이밍이나 밸런스가 좋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장 감독이 본 이정후는 상대 실투를 거의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한다. 그는 "안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 플레이 타구로 연결한다. 어떤 투수를 상대로도 자신만의 밸런스와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 타고 났다"라고 말했다.

상대 실투를 어떻게든 그라운드 안으로 넣는 건 중요하다. 범타가 될 때도 있지만, 행운이 섞여 안타가 될 수도 있다. 아웃이 되더라도 인 플레이 타구를 만들면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나갈 수도 있다. 좋은 애버리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장 감독은 "멘탈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정후 역시 인정하는 부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 탈락 이후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라고 말한 뒤 심리적 동요 없이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넥센 공격력에 기여한다.

기본적으로 이정후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멘탈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장 감독 분석이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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