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인랑’, 총격액션의 신세계 ‘김지운 장르’의 폭발적 매력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29년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된다.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 말살 음모를 꾸민다. 특기대 최정예요원 임중경(강동원), 공안부 차장 한상우(김무열),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정우성), 그리고 자폭으로 생을 마감한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가 서로 얽히고 설키는 사이, 특기대 내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과연 ‘장르의 마법사’ 답다. 언제나 장르에 매혹된 김지운 감독은 ‘인랑’에서 자신의 인장을 곳곳에 새겨 넣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멜로와 누아르가 결합된 ‘달콤한 인생’과 궤를 같이 하고, 음모와 암투가 담긴 점에서 첩보물 ‘밀정’을 떠올리게 하며, 누가 최고인지를 놓고 대결을 펼치는 대목(임중경, 한상우, 장진태는 각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은 액션물 ‘놈놈놈’을 연상시킨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는 점 역시 ‘놈놈놈’의 잔향이 풍긴다.

이 영화는 특히 액션장르의 쾌감을 폭발시킨다. 남산타워에서 펼쳐지는 임중경과 공안부 소속 대원들의 대결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몸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강동원은 후반부 지하 수로 액션신에서 포텐을 제대로 터뜨린다. 각종 총기류가 총동원돼 미친 듯이 화력을 뿜어내는 총격 액션신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완성도와 강렬함을 갖췄다. 두 눈만 빨갛게 빛나는 강화복을 입은 강동원이 조용히 걸어나오며 헬멧을 벗는 모습을 보라. 김지운 감독은 강동원 비주얼의 최대치를 뽑아냈다.

스타일이 눈부신 반면, 스토리는 다소 헐겁다. 강동원과 한효주의 멜로라인이 극에 잘 녹아들었는지 의문이다. 공안부의 음모가 좀더 설득력이 있었으면 이야기가 더욱 팽팽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밀고 나갔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근미래 SF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능숙한 솜씨로 담아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이제 막 탄생했다.

7월 25일 개봉.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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