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닐로에 숀까지…실시간 음원차트 폐지만이 답이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음원 사재기 의혹' 사태는 음원사이트가 수수방관한 탓이 크다. 1, 2시간 바짝 몰려가 1위가 가능하다면, 이게 무슨 공정한 차트란 말인가.

가수 닐로로 촉발된 '음원 사재기' 의혹은 가수 숀으로 번졌다. 닐로도, 숀도 사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대중은 의심한다. 이제 이름 덜 알려진 가수가 또 차트 1위라도 하면 '음원 사재기' 의심부터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한국 가요계의 비극이다.

실시간 음원차트부터 당장 폐지해야 한다. 음원이 주식도 아닌데, 어째서 실시간으로 순위가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가.

실시간 음원차트란 개념부터 황당하다. 신곡이 세상에 나온 지 1시간 만에 1위가 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겨우 1시간 만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가 된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전 국민이 오매불망 음원 발표만 기다렸을 정도의 국민 가수가 대체 지금 누가 있나.

최근에서야 새벽 시간대 실시간 음원차트 운영을 중단했으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중단하려면 1시간 단위로 순위가 변하는 실시간 음원차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

당초 새벽 시간대가 중단되기 전, 새벽은 그야말로 아이돌 팬덤 경쟁의 장이었다. 일반 사용자가 적은 새벽만 되면 각 인기 아이돌 팬덤이 몰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들로 소위 '줄세우기' 하려고 차트를 집중 공략해왔다.

일단 톱100 상위권에 음원을 안착시키면, 날이 밝아 일반 사용자가 유입돼도 습관적인 톱100 재생이 자연스럽게 순위를 유지시켜줬기 때문이다. '실시간 차트 공략'이 '습관적 톱100 재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었다.

음원사이트들은 이처럼 차트 순위가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명백한데도, 알고도 방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실시간 음원차트는 없애고, 가급적 일주일 단위로 순위 집계 주기를 바꿔서 꾸준한 사용량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야 그나마 합리적이다.

가수 윤종신의 지적처럼 각 사용자 별로 추천 음악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적극 도입돼야 한다.

이미 애플뮤직이 선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각 사용자의 음악 및 장르 선호도를 반영해 신곡 및 추천곡을 취합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덕분에 애플뮤직이 취합한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수의 좋은 노래를 발견하는 이점도 있다.

전격 개편해야 한다. 지금 국내 음원사이트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음악을 강요하고 소비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국내 음원사이트들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실시간 음원차트, 톱100 재생이 사이트 수익에 도움되기 때문에 망설이는가.

음원 사재기가 왜 가능해졌는지, 한국 가요계를 망치는 게 누구인지,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사진 = 디씨톰엔터테인먼트-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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