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동주’ ‘박열’ ‘변산’, 이준익 감독의 ‘시(詩) 3부작’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동주’ ‘박열’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시(詩) 3부작’이다. 아픈 청춘이 시를 화두로 붙잡고 시대를 통과하는 이야기다. 시의 위력이 예전만 못한 시대에 이준익 감독은 ‘시의 힘’으로 힘든 시기를 뚫고 나간다.

윤동주는 1941년 11월 일본에서 ‘별 헤는 밤’을 노래했다. 식민지 지식인의 고통과 고뇌가 아른거리는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그는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NHK PD 출신의 윤동주 연구가 다고 기치로에 따르면, 윤동주는 이 시의 마지막을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로 끝냈다. '1941년 11월 5일'이라고 날짜까지 적었다. 알다시피, 윤동주는 ‘히라누마 도주’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다. 식민지 조선 지식인의 자책과 질책이 시 전반에 흐른다.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윤동주는 나중에 “그러나”로 시작하는 새로운 희망을 새겨 넣었다. 한국 시사에서 가장 강력한 ‘그러나’로 기억될만하다.

아나키스트 ‘박열’은 일제의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고, 저항을 버리지 않았다. 1923년 도쿄에서 6,000여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그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시를 전면에 내세워 일제의 탄압을 견뎠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용기와 기백으로 험난한 시절을 통과했다.

‘변산’의 랩 역시 시다. 시가 운율이라면, 랩은 라임이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에서 래퍼 비와이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그때부터 ‘시 3부작’의 마지막을 ‘변산’으로 마무리하기로 마음 먹었을 것이다.

‘쇼미더머니’에 여섯 번째 도전하는 학수(박정민)는 고향 변산에 내려갔다 과거의 흑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상처 입은 청춘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동력을 얻는다. 그는 파이널 경연에서 “지금껏 피해다니기만 했다는 게/거지 같은 거지/ 보지 않았고 듣지 않았어/그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있잖아 문득 내게 정면을 선물한/그 사람이 밉지 않아”라고 읊조린다. 시인을 꿈꿨던 학수는 래퍼가 되어 어두운 과거와 못났던 자신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간다.

동주의 희망, 박열의 저항, 학수의 성찰은 이준익 감독이 이 시대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그의 영화처럼, 시를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건 어떨까. 우리는 모두 한 편의 시로 남을 테니까.

[사진 제공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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