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16강 분석: 전술 대응에 실패한 일본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일본이 2골을 먼저 넣고도 3골을 실점하며 역전패했다. 전술 대응에 실패한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실수다. 펠라이니를 투입하며 높이를 강화한 벨기에를 상대로 끝까지 포백을 고집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응이다. 대회 내내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한 일본은 플랜A가 가장 안정적인 팀 중 하나였지만, 반대로 상대 전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10명이 뛴 콜롬비아에 추격을 허용한 부분이나, 벨기에에 역전패를 당한 모습이 그렇다. 플랜이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일본처럼 하나만 고집해도 곤란하다.

벨기에는 원톱을 사용한 일본을 상대로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을 유지했다. 이는 미드필더 지역에서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 ‘ 카가와에게 많은 공간과 시간을 허용했는데, 이처럼 전술적인 측면에서 1명의 공격수를 3명이 상대하는 건 수적인 낭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은 일본에게 2골을 내줄 때까지 전술을 바꾸지 않았다. 사실 이때까지는 일본보다 벨기에가 상대의 전술 대응에 실패한 측면이 더 컸다. 하지만 뒤늦게 펠라이니와 샤들리가 들어가면서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줬고, 이것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벨기에 3-4-3 포메이션 : 1쿠르투아 – 2알더베이럴트, 4콤파니, 5베르통언 – 15뫼니에, 6비첼, 7데 브라위너, 11카라스코(65"샤들리) – 14메르텐스(65"펠라이니), 10아자르, 9루카쿠 /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일본 4-2-3-1 포메이션 : 1가와시마 – 19사카이, 22요시다, 3쇼지, 5나가토모 – 17하세베, 7시바사키(81"야마구치) – 8하라구치(81"혼다), 14이누이, 10카가와 – 15오사코 / 감독 니시노 아키라)

스페인 출신 마르티네즈 벨기에 감독은 스리백과 함께 좌우 윙백에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를 배치한 과감한 전술을 사용한다. 밸런스 측면에서 다소 이상해 보이지만, 측면 수비수로도 뛸 수 있는 베르통언과 알더베이럴트가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문제는 전술적인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대가 원톱을 쓰면 3명의 센터백 중 한 명이 전진시켜 중앙 미드필더인 데 브라위너를 좀 더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등 경기 안에서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한 전술적인 지시가 없다. 특히 토트넘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오가는 베르통언과 알더베이럴트를 두고 이런 문제를 겪는 건 의문이다.

그로 인해 벨기에는 일본을 상대로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다. 일본이 생각보다 라인을 높게 올려 압박을 시도해 데 브라위너에게 향하는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했다. 결국 가운데에서 막힌 빌드업을 측면 윙백을 통해 진행됐다. 하지만 ‘왼쪽 윙백’ 카라스코가 템포를 잡아 먹으면서 벨기에의 공격 패턴은 일본 수비에 쉽게 읽혔다.

스리백의 집중력 부족으로 순식간에 2골을 실점한 벨기에는 후반 20분에서야 교체 카드를 꺼냈다. 메르텐스와 카라스코를 빼고 펠라이니와 샤들리를 투입했다. 높이와 측면을 동시에 강화한 선택이다. 또한 베르통언이 이전보다 사이드로 넓게 포진하면서 공격시에는 포백처럼 보이기도 했다. 샤들리도 기본적으로 사이드에 위치했지만 카라스코보다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화는 적중했다. 교체 투입 4분 만에 베르통언의 만회골이 나왔고 또 5분이 지난 뒤에는 펠라이니가 헤딩 동점골로 2-2를 만들었다.

이때 일본의 대응은 무척 아쉽다. 벨기에가 뻔히 높이를 강화한 것을 보고도 전술적인 변화나 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펠라이니를 투입하면 ‘미드필더’나 ‘공격수’를 빼고 키가 큰 수비수를 한 명 더 투입한다. 그런데 심지어 평균 신장에서도 열세인 일본은 끝까지 측면은 열어두고 높이도 강화하지 않았다.

이미 2-2 상황이 된 후반 36분에서야 교체 카드 두 장을 동시에 꺼냈는데, 이것도 단순히 포지션을 그대로 교체한 ‘체력 보강’에 그쳤다. ‘미드필더’ 시바사키는 ‘미드필더’ 야마구치로, ‘측면 날개’ 하라구치는 ‘측면 날개’ 혼다로 바뀌었다. 일본이 공격적으로 벨기에의 스리백을 괴롭힌 건 사실이지만, 상대가 이를 간파한 상황에서 플랜A만 밀고 나간 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니시노 감독의 안일한 대처는 후반 추가시간 역전패로 이어졌다. 동점 상황에서 코너킥에 너무 많은 선수가 가담하면서 수비 뒷공간이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벨기에는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쿠르투아 골키퍼에서 시작된 역습은 데 브라위너와 뫼니에를 거쳐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샤들리의 결승골로 마무리됐다.

펠레스코어 만큼이나 전술적으로 흥미로운 경기였다. 벨기에는 두 골을 실점하고서야 교체를 통해 전술을 수정했고, 일본은 두 골을 먼저 넣고도 상대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 골을 허용했다. 축구에서 감독의 전술 선택과 용병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일본으로선 펠라이니가 들어오자마자 센터백을 늘리거나 스리백으로 전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니시노 감독의 패배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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