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F조: 한국은 무엇이 달라졌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118km란 숫자는 달라진 한국을 의미한다. 멕시코전에서 99km 밖에 뛰지 못했던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무려 19km를 더 달렸다. 물론 활동량은 상대적이다. 한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모두 상대보다 1~2km를 더 뛰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다. 많이 뛴다고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8km를 뛴 한국은 독일이 하려는 모든 걸 사전에 차단했다. 조현우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도 한 몫을 했지만 그마저도 열심히 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4-2-3-1 포메이션 : 23조현우 - 2이용, 5윤영선, 19김영권, 14홍철 – 20장현수, 15정우영 - 18문선민(69"주세종), 17이재성, 13구자철(56"황희찬,79"고요한) - 7손흥민 / 감독 신태용)

(독일 4-2-3-1 포메이션 : 1노이어 – 18킴미히, 15쥘레, 5훔멜스, 3헥토르(78"브란트) – 6케디라(58"고메스), 8크로스 – 14고레츠카(63"뮐러), 10외질, 11로이스 - 9베르너 / 감독 요하임 뢰브)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한국 포메이션을 4-4-2라고 표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4-2-3-1 혹은 4-4-1-1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손흥민이 사실상 원톱 역할을 수행했고 구자철은 압박과 후퇴를 반복하며 사미 케디라를 견제했다.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보다 구자철의 제공권과 수비력이 더 낫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구자철은 앞선에 포진했지만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태클 4회와 가로채기 1회가 증거다. 상대 선수 공을 탈취한 횟수도 한 번 있다.

심지어 한국은 ‘공을 소유했을 때’와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포진이 달라졌다. 그 동안 신태용 감독이 강조했던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오른쪽 미드필더’ 이재성은 크로스를 압박했고 ‘오른쪽 풀백’ 이용은 헥토어를 쫓았다. 이때 이용이 전진하면서 생긴 뒷공간은 장현수가 내려와 커버했다. 순간적으로 한국의 포메이션이 변칙적인 스리백처럼 보인 이유다.

그리고 ‘왼쪽 미드필더’ 문선민은 독일의 ‘오른쪽 풀백’ 킴미히를 거의 맨 마킹 하다시피 했다. 문선민은 기동력을 앞세워 킴미히를 강하게 압박했다. 마치 콜롬비아전에서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해 하메스를 원천 봉쇄했던 전술이 연상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장’ 기성용이 없는 중원이 수비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했다. 이 역시 결과론적이라 할지라도 진작에 장현수를 ‘센터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기성용을 ‘전진 배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태용 감독은 5명의 센터백을 데려가고도 장현수를 2경기에서 연속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스리백을 하려다 마음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엔트리 트릭’을 시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독일전만 놓고 볼 때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어울렸다. 실수를 하더라도 미드필드에서 하는 것과 최종 수비라인에서 하는 건 천지차이다.

높이를 걱정해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선발로 내보냈다던 스웨덴전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윤영선(185cm)을 김영권(186cm)의 짝으로 두고 신장이 큰 장현수(187cm), 정우영(186cm), 기성용(186cm)으로 중원을 구축했다면 세트피스에서 상대 높이를 대응하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괜히 기성용만 경기 내내 점프만 한 꼴이 됐다.

후반에는 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가 계속됐다. 먼저 한국이 후반 11분 부상 당한 구자철 대신 황희찬을 투입하며 공격에 속도를 하나 더 더했다. 이재성이 구자철 위치로 이동하고 황희찬이 오른쪽에 포진했다. 독일도 ‘미드필더’ 케디라와 고레츠카를 빼고 ‘공격수’ 고메스와 뮐러를 연속해서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자 한국은 ‘측면 자원’ 문선민을 대신 ‘중앙 자원’ 주세종을 내보냈다. 이재성이 다시 문선민 자리로 이동했다.

흥미로운 전술 대응은 후반 34분이었다. 뢰브 감독이 ‘왼쪽 풀백’ 헥토어를 빼고 ‘윙어’ 브란트를 투입하자, 신태용 감독은 교체로 넣었던 황희찬을 23분 만에 다시 불러 들이고 ‘수비수’ 고요한을 내보냈다. 다만 포메이션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긴 어려줬다.

팽팽한 균형은 세트피스에 의해 깨졌다. 준비된 작전보다는 약간의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김영권, 윤영선, 장현수 등 단 3명만 코너킥에 가담하고도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로 독일은 완전히 무너졌다. 노이어 골키퍼까지 무리하게 공격에 올라왔고 주세종의 롱패스를 손흥민이 질주해 빈 골문을 향해 차 넣으면서 독일의 7-0 보다 확률이 낮다던 한국의 2-0 승리가 완성됐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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