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D조: '16강행' 아르헨티나의 전술 도박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죽어가던 아르헨티나가 가까스로 부활했다. 리오넬 메시가 대회 첫 골을 터트렸고 탈락 위기에 몰렸던 후반 41분 공격 가담에 나선 마르코스 로호의 극장골로 16강에 진출했다. 호르헤 삼파올리가 ‘식물 감독’이란 외신의 보도가 나올 정도로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는 교체카드 3장을 모두 공격적으로 활용했고, 위험을 감수한 이 변화는 결국 짜릿한 승리를 안겨줬다.

(아르헨티나 4-4-2 포메이션 : 12아르마니 – 2메르카도, 17오타멘디, 16로호, 3타글리아피코(80”아구에로) – 14마스체라노, 15페레즈(61”파본), 7바네가, 11디 마리아(72”메자) – 10메시, 9이과인 /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나이지리아 3-5-2 포메이션 : 23우조호 – 6발로건, 5에콩, 22오메루오(90”이워비) – 2이도우, 4은디디, 10미켈, 8에테보, 11모지스 – 14이헤아나초(46”이갈로), 7무사(90”은완코) / 감독 게르노트 뢰르)

크로아티아전에서 3-4-2-1 포메이션을 사용하다 측면 윙백 배후 공간이 무너지며 0-3 대패를 당한 삼파올리 감독은 다시 4-4-2 포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아이슬란드전과 다른 점은 중앙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으로 줄이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글리아 대신 바네가가 선발 기회를 잡았다.

바네가의 투입은 메시는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아르헨티나의 공격 빌드업은 대부분 메시를 거쳐 진행됐다. 비글리아, 페레즈, 마스체라노 모두 활동량은 좋지만 전진 패스가 좋은 선수들은 아니다. 삼파올리 감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네가를 선발로 내보냈다.

바네가 효과는 적중했다. 그는 이날 가장 많은 패스(90개)를 시도했고, 가장 많은 득점 기회(3회)를 창출했다. 덕분에 메시는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돌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로 메시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많은 개인 돌파(9회)를 기록했다.

그리고 수비적인 균형을 잡기 위해 오른쪽 미드필더로 파본 대신 페레즈를 선택했다.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페레즈는 ‘오른쪽 풀백’ 메르카도가 올라갈 때 수비 뒷공간을 커버했다. 또한 동시에 주로 오른쪽에서 움직인 메시의 수비 부담도 덜어줬다.

삼파올리 감독의 지시인지, 아니면 메시 스스로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메시는 나이지리아 스리백의 사이드 공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스리백은 윙백이 작정하고 내려서지 않는 이상 ‘스토퍼’과 ‘윙백’ 사이에 공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가 크로아티아에 대패한 이유도 이 공간을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보단 수비적으로 규율이 잘 잡힌 팀이지만, 역시나 순간적으로 그 사이 공간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반 14분 바네가가 후방에서 공을 잡고 전망을 주시하자 바로 그 공간에 서 있던 메시가 배후 침투를 시도했고 환상적인 볼터치와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나이지리아 ‘왼쪽 윙백’ 이도우는 경기 초반 자신이 위치한 공간에 메시와 페레즈 심지어 메르카도까지 전진할 경우 누구를 막아야 할지 혼란에 빠지곤 했다.

후반 6분 마스체라노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아르헨티나는 극단적인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장 먼저 측면을 교체했다.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페레즈를 불러들이고 ‘윙어’ 파본을 투입했다. 이어 부진한 경기력으로 실망감만 안긴 디 마리아를 빼고 ‘윙어’ 메자를 내보냈다. 두 선수 모두 측면을 벌리기 위한 시도였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후반 35분 ‘왼쪽 풀백’ 타글리아피코 대신 ‘공격수’ 아구에로를 투입한 결정이었다. 사실상 후방에 두 명의 수비수(오타멘디, 마스체라노)를 남겨둔 2-3-5 전형이다. 수비적으로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실제로 수비 숫자가 부족해진 아르헨티나 이갈로에게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핵심 포인트 ‘윙백’처럼 올라간 로호와 메르카도였다. 후반 41분 메르카도가 오른쪽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공격수로 상대 박스 안에 있던 로호가 침착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나이지리아 골망을 흔들었다. 나이지리아 스리백은 이과인, 아구에로, 메시의 움직임만 쫓느라 로호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모지스도 메자를 신경 쓰다 뒤늦게 로호를 따라갔지만 이미 실점한 뒤였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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