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떠났다' 악녀? 정혜영은 다른 이유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배우 정혜영이 전하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는 너무도 무겁다. 하지만 그는 어렵고 힘든 극단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혜영은 현재 방송 중인 MBC 주말극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 연출 김민식)에서 생활고로 힘겹게 딸을 키우는 '엄마' 세영을 연기 중이다. 기구한 운명의 세 여자가 이 시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과 상처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캐릭터인 세영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현실도 영희(채시라) 못지않게 힘겹기만 하다.

세영은 다른 드라마 속 '욕먹는 악녀' 캐릭터와 달리 눈길을 끄는 지점이 있다. 그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과 현실적 아픔, 어려움을 탁월하게 연기하고 있는 정혜영의 공이 크다.

세영이 지난 방송에서 자는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너를 선택한 대가가 너무 컸다"고 한 대사에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아이만 바라보며 아등바등하는 엄마의 삶을 선택한 세영. 특히 지난 23일 방송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는 과거 유능한 승무원 사무장으로 항공사 회장 아들의 갑질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노력해서 장학금도 받아 수석 졸업하고 초고속 승진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또한 모친 역시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세영을 낳았으니, 세영은 그간 엄마의 설움과 울분을 느끼고 보아왔을 터. 이를 알고 있음에도 측은지심 탓 상진(이성재)과 한순간의 실수로 아이까지 낳아 항공사에서 쫓겨나야 했다. 분명 잘못된 일이긴 하나 그렇게 잉태된 아이는 죽여 마땅한 생명인가. 세영 본인도 그런 자식이었기에 그의 선택은 쉽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세영은 앞서 엄마 옥자(양희경)와 통화를 하며 "낳을 수밖에 없잖아! 엄마가 나를 낳았던 것처럼 나도 낳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 엄마도 낳아야만 했잖아!"라고 눈물을 쏟은 바 있다. 정혜영은 엄마로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오롯이 느껴지게 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는 혼돈. 극 중 아이를 갖게 된 정효(조보아)를 통해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의 세영 마음 역시 어림짐작할 수 있다.

정혜영은 자신은 못 입고 못 먹어도 자식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을 몰입도 높게 연기하고 있다. 실제 현실 속 행복한 정혜영이 연기하는 쪼들리는 삶의 세영은 이질감이 전혀 없다. 세영은 상진에게 "유연이 기저귀 언제 뗐는지 알아? 싼 기저귀만 써야 하는 구질구질한 현실 때문에 엉덩이 짓무르는 거 못 보겠더라. 남들보다 빨리 어린이가 되는 거다. 얼마나 스스로 위로 했는지 알기나 알아?"라며 "언제나 우리 둘뿐이었어. 힘들고 아프고 외로운 거 단둘이 지금까지 견뎌왔어"라고 한탄했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하기에, 영희에게 상진과 이혼을 그토록 요구하는 세영의 행동이 조금이나마 이해된다.

엄마라는 삶을 중점으로 그려지는 '이별이 떠났다'는 진정성 있는 대사와 의미심장한 내레이션, 배우들의 호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라며 몰입 중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을 끌어낸다" "엄마라는 그 이름은 아련함과 따뜻함" "오늘 엄마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볼까" "모성에 대해 많이 되돌아봤다"라는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세영을 비롯해 영희, 정효 세 엄마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 본인의 선택에 의해 엄마가 된 삶, 아픔의 연속이지만 섬세하게 그 상황을 연기하고 있는 세 여자의 남은 여정이 계속 기대된다. 한순간의 실수와 결심은 세영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비참한 현실에도 힘을 낸다. 엄마이기 때문이다. 모성애가 빛나는 이야기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별이 떠났다'는 '내조의 여왕', '여왕의 꽃', '글로리아', '뉴 논스톱' 등의 김민식 PD가 연출을 맡았다. 영화 '터널', '소원', '비스티보이즈'의 원작 소설을 집필해 흥행에 성공한 소재원 작가가 동명의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첫 방송 직후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매주 토요일 밤 방송된다.

[사진=MBC 이별이 떠났다 방송화면 캡쳐]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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