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변산’ 이준익 “난 비주류 출신, 투박하게 영화 찍는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변산’은 촌스럽다. 그러나 촌스러움이 이 영화의 힘이다. 웃음과 감동이 흥겨운 스웩으로 출렁인다.

“내가 비주류 출신이잖아요. 세련된건 못 찍어요. 투박하게 진심을 담아내는 거예요. 그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죠.

22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여전히 젊었다. 올해 환갑을 맞이했지만, 여느 청춘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선 록을, ‘변산’에선 힙합을 다뤘다. 환갑의 나이에 힙합이라니.

“록과 힙합은 뿌리가 같아요. 70녀대 록은 사회적 저항과 자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했죠. 요즘엔 그게 랩이예요. 록이 공동체라면, 랩은 개인주의의 일상이죠.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해요. 그 점에 끌렸어요.”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빡센 청춘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다.

이준익 감독은 학수의 과거를 다채로운 관계 속에서 다뤘다. 학수는 아버지(장항선)와의 극한 갈등, 어긋난 첫사랑 선미와의 조우, 끝까지 발목을 잡는 동네 건달 용대(고준)와의 결투를 통해서 흑역사를 정면으로 돌파해낸다.

“촌스러움의 고전적인 가치가 있어요. ‘황산벌’ ‘라디오 스타’가 한국적 코미디였는데, 그 속에는 역설적인 측면이 있죠. ‘변산’도 같은 맥락입니다. 역설적인 코미디로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의 영화에선 주인공이 많은 분량에 등장하지만, 다 보고나면 관객은 적은 분량에 출연한 캐릭터의 시선과 동일시된다. ‘동주’는 시인 윤동주가 중심이지만, 어느새 송몽규(박정민)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사도’는 영조(송강호)에서 사도(유아인)로, ‘박열’은 박열(이제훈)에서 후미코(최희서)로 시점이 이동한다. ‘변산’ 역시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학수에서 절반 정도만 등장하는 선미로 바뀐다.

“선미는 주로 병원 안에만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분량에 등장한 것처럼 느껴지게 될 거예요. 그게 관점의 문제죠. 주인공의 삶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준익 감독은 직전에 촬영한 영화와 다른 작품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변산' 역시 '박열'과는 결이 다르다. 그러나 그 밑바탕엔 세상과 맞서려는 청춘의 에너지가 꿈틀댄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다.

[사진 제공 = 메가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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