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아이비 "30대 초반 시작한 '시카고', 30대 후반 확 달라"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아이비. 이제는 가수보다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그에게 이같은 수식어를 더 어울리게 만들어준 작품, 뮤지컬 '시카고'다.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캘리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가 살인사건으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아이비는 극 중 록시 하트를 연기한다.

아이비에게 있어 뮤지컬 '시카고'는 그야말로 인생작이다. 2012년 처음 출연하게 된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에 더 깊게 발을 들일 수 있었고, 뮤지컬배우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 벌써 네번째 시즌, 이전 두 시즌은 원캐스트로 출연하기도 할 만큼 '시카고'는 아이비 뮤지컬 인생 그 자체다.

아이비는 '시카고'와 함께 나이를 먹고, 더 성숙해졌다. "처음 시작할 때는 2012년, 30대 초반 31세였는데 이제 30대 후반"이라며 본인 역시 놀라워 했다.

그는 "서른 다섯 넘어가니 몸 상태가 확 다르다"며 웃은 뒤 "내가 어떻게 원캐스트를 했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안타깝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었나보다. 록시 독백에서도 '난 내 의지하고 상관 없이 나이를 계속 먹고 있거든요'라고 하는데 확실히 요즘 실감한다. '아, 내가 30대 후반이구나'"라고 밝혔다.

시즌을 거치며 달라지는 몸 상태를 느끼는 만큼 연기적으로도 분명히 달라졌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스타일"이라고 고백한 아이비는 "할 때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자책도 많이 하지만 이번엔 그래도 조금의 노련함은 아무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잠 안 올 때 과거에 했던 영상을 가끔 봐요. 2012년 영상을 봤는데 너무 못 봐주겠더라고요. 무대에 오래 섰는데도 항상 못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고 되게 부족하고 아직도 해야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면 할수록 잘 하고 편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무섭죠. 관객들의 평가나 이런 것들이 무섭고 오히려 더 많이 알아서 부족한 게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전히 부족한 게 더 많이 보이지만 이제 무대 위에 서는 게 창피하지만은 않다. 5분 이상 독백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를 만큼 연기하는 것이 창피했던 과거의 아이비는 없다. 이를 이겨내고 '연기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비는 "연기의 재미를 록시라는 캐릭터를 통해 알게 됐다. 이번 시즌에는 확실히 부끄러움은 없고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록시라는 여자가 가진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연기적인 부분, 전달력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시카고'는 진짜 저의 인생 뮤지컬이에요. 저의 첫 주연 데뷔작이기도 했고 너무나 꿈 꾸던 역할이었고 또 대한민국에서 록시 역할로 가장 오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부심과 영광이 있어요.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에 너무 깊이 빠져 들었고 연기를 잘 하고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하면 할수록 진짜 연기를 잘 해야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 욕심이 생겨요. 이 역할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점점 성장해 나갔던 것 같아요."

록시가 더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또 있다. 관심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언론을 상대하는 록시와 닮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의 삶이랑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에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 예전에는 마지막 신에서 많이 울었다"며 "요즘에는 되게 가볍게 하고 있는데 언론의 중심에 섰던 록시가 모든 관심을 잃게 되는 모습이 내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갈거야'라는 록시의 삶의 여정과 제가 닮아있는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이라든지 '모든 걸 다 잃어도 난 괜찮아'라고 말하는 거라든지. 록시는 관종(관심종자)이지만요.(웃음) 사실 연예인한테도 관심은 최고의 목표, 목적이 아닐까요? 그게 없으면 사실 존재할 수가 없잖아요. 전 이런 관심에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데뷔해서 지금까지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이 직업에 있어선 장점이었거든요.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잖아요.(웃음)"

아이비는 자신에게 도움 되는 부분을 캐치하기 위해 댓글을 본다고 했다. 그래야 관객들 반응을 더 알 수 있고, 자신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번에는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게 예전과 너무 다르다. 관객들이 더 열렸다고 해야 하나"라며 "저희가 잘 하고 노련해져서 반응이 좋은 게 아니라 관객들이 많이 열려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신기하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항상 '시카고' 하면 호기심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관객 연령층도 되게 다양하고요. 관객 분들이 더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똑같은 유머를 하는데도 예전보다 더 많이 웃으시는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세월이 흐르면서 관객들도 많이 변화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를 접하다 보니까 더 새롭게 느끼시는 것 아닐까요?"

뮤지컬 '시카고'. 공연시간 150분. 오는 8월 5일부터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MD인터뷰②]에 계속

[아이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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